작년 신설법인·설비투자 역대 최대
부동산 신설법인 늘고 자동차 투자 급증
부동산 경기 위축·개소세 인하 종료…위태위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제조업 경기가 악화됐지만 기업설립과 투자는 전례없이 호황기를 보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동산과 자동차에 쏠림 현상이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9만3768개로 전년도 8만4697개 보다 10.7%나 급증했다.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5만855개에 불과했던 신설법인 수는 불과 7년만에 두배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가장 많은 법인이 신설된 업종은 서비스업으로 전년 보다 12.5% 늘어난 5만9743개가 등장했다. 이어 제조업은 2만155개(3.3%), 건설 및 전기 가스 수도사업 1만709개(12.6%), 농임어업 및 광업이 3161개(21.9%) 순이었다.
특히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부동산 부문 신설법인은 2013년 5345개에서 2015년 9531개로 3년 만에 78.3%나 증가하면서 가장 많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은 7.6%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4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조치를 시행한 이후 부동산 경기가 호황기를 맞으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부동산 매매 가격은 24개월간 상승했으며 전세가격은 36개월 증가했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한 바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지수도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2010년 100을 기준으로 하는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111.5를 기록했다. 2011년 103.5로 늘었다가 2013년 99.8로 바닥을 찍은 이후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문별로 기계류는 106.7로 전년 103.9보다 2.8 증가했지만 운송장비는 108.0에서 124.4로 크게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설비투자는 125.4에서 144.7로 늘어나면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설비투자 규모도 올해 144조7757억원으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자동차 부문 설비투자 규모는 역대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하며 급증했다.
이 같은 자동차 호황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 따른 효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2.8% 감소했지만 국내 판매는 10.4% 증가했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경기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76만5328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공급과잉 상황으로 인해 미분양주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6만1512가구에 이른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도 하반기에 종료되면서 소비절벽이 예고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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