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치료법 개발 중…기록 습관 매우 중요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기록의 과학을 믿어라"
가려움의 결정체, 아토피피부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큰 고통을 주는 질병 중 하나입니다. 아직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완벽한 치료제는 없습니다. 표준 치료법이 있는데 환자마다 치료 효과가 모두 다릅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각양각색입니다. 좋아졌다가도 악화되기 일쑤입니다. 아토피피부염은 치료하기 매우 어려운 질환 중 하나입니다.
아토피피부염을 극복하기 위한 전문가의 연구와 탐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에 앞서 기록의 과학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환자마다 서로 다른 원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꼼꼼하게 적어두는 게 필수입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은 9세 이하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입니다. 기록을 할 수 없는 나이입니다. 부모들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죠. 조기에 원인을 찾지 못하면 만성이 되고 그만큼 치료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아토피피부염은 음식 알레르기를 통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동안 먹은 음식과 그에 따른 아토피 중증 정도, 먼지 상태 등 일일이 기록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어떤 경우에 아토피가 심해지는 지를 살펴야 합니다.
◆연령대 높아질수록 아토피는 줄어들어=아토피피부염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년 아토피피부염(L20)에 대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총 진료환자는 96만603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9세 이하가 42만5103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44%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10대 17만9464명, 20대 10만7799명, 30대 7만1739명, 40대 5만6662명, 50대 5만1189명, 60대 3만5287명, 70대 2만8526명, 80세 이상 1만26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별로 분류해 보면 여자 환자가 더 많았습니다. 2014년 96만6031명의 환자 중 남자 환자는 45만7222명이었고 여자 환자는 50만8809명으로 여자 환자가 약 5만 명 정도 더 많게 조사됐습니다.
◆새로운 가능성, 자가면역글로불린=남동호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현재 아토피피부염의 새로운 치료법과 관련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해 2017년까지 3년 동안 실시합니다. 이번 임상실험은 '자가면역글로불린 단백질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면역 치료기술'입니다. 아토피피부염은 환자마다 서로 원인이 달라 개인마다 질환 중증도가 천차만별입니다. 환자의 특성에 맞는 치료법이 필요하죠. 남 교수팀이 진행하고 있는 임상실험은 환자 본인의 피에서 면역글로불린을 추출해 환자 자신에게 근육주사를 통해 투여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피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 2013~2014년 17명의 환자를 관찰한 결과 13명에게서 질병 중증도가 30% 이상 감소하는 치료효과를 확인했습니다.
남 교수는 "현재 50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 몸은 면역을 정상화시키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데 이번 치료법은 이 같은 항상성에 주목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방 연고, 나온다=윤영희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한방연고 시제품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조만만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한방연고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자운고가 건조아토피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자운고에 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응증을 추가해 건조아토피 피부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신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환자용 아토피모바일수첩 앱을 내놓았습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이 앱을 이용해 자신의 증상, 식사 내용, 아토피피부염 악화 요인 등의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에 자신에게 아토피피부염이 악화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윤 교수는 "'아토피모바일수첩 앱'을 활용하면 환자가 병원의 진료 내용을 비롯해 본인의 증상, 식사 내용, 아토피피부염 악화 요인 등의 정보를 다양한 형태로 기록할 수 있다"며 "환자의 증상 변화와 생활 습관 등을 환자의 앱(App)과 한의사의 웹(Web)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아토피피부염에 대한 표준 치료법이 있는데 환자마다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효과가 높지 않습니다. 아토피피부염은 기록이 중요하고 교육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유진호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호흡기알레르기과 교수는 "우리나라 진료 시스템이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아토피피부염은 환자 본인과 많은 시간을 두고 상담과 구체적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환자를 대상으로 긴 시간동안 상담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상담 시간이 의료수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죠. 유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꼼꼼하게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의사는 이를 통해 환자와 긴 시간동안 상담하고 상태를 살피는 집중관찰이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아토피피부염과 관련해 간호사 등이 포함된 교육코디네이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찾아오면 기록지 등을 작성하고 환자의 현재 상태에 대해 집중 상담이 이뤄집니다. 이를 기초로 중증 스코어(Score) 카드를 작성합니다. 이후 전문의가 확인합니다. 이어 아토피피부염에 대해 유형별로 진단하고 식품 알레르기 등 추가 검사를 실시합니다. 마지막으로 피부장벽 기능을 체크하고 결과를 최종 확인한 뒤 처방에 들어갑니다. 아토피피부염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집중 관찰하는 발상의 전환에 주목했습니다.
◆아토피피부염 극복, 정부 지원 뒤따라야=남동호 아주대병원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자가면역글로불린 치료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가의 비용입니다. 남 교수는 "환자의 피에서 글로불린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 물질 등을 걸러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의료기기업체와 제약업체 등이 시장성을 따져 쉽게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진호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아토피피부염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긴 상담이 필요한데 현재 의료수가에서 이 같은 진료행위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을 때 정부가 적극 지원해 고가의 장비에 대한 대중화에 나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습니다.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집중상담 등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공통된 목소리를 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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