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국민의당 행(行)을 선택했다. '현장왕'이라 불릴 정도로 진보적 색채를 강화 해 온 정 전 장관이 중도성향의 국민의당과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정 전 장관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 된 이후 천정배 공동대표, 신기남 무소속 의원 등과 '천·신·정' 트로이카를 이뤄 새천년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주도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 전 장관은 이후 열린우리당 당의장, 통일부장관을 맡으며 당시 여권의 주류로 부상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2007년 대통령 선거,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했고, 2009년에는 재·보궐선거를 두고 당시 민주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위기를 겪었다.
정 전 장관이 현장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진보적 색채를 강화한 것은 바로 이 시기부터다. 정 전 장관은 용산참사, 희망버스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존 야당보다 더 왼편에 선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외에도 정 전 장관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반대 등 진보적 의제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실제 정 전 장관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북한궤멸론을 펼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미 FTA를 주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비판하며 진보적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김 대표는) 현재도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북한 궤멸론'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한술 더 떠 300만 농민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한·미 FTA의 추진 주역(김 전 본부장)을 당당하게 영입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합류를 선언한 국민의당은 합리적인 보수세력까지 포용하고 있고,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중도적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년 간 진보적 행보를 강화해 온 정 전 장관과는 다른 측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앞서 합류 지연의 원인으로 정 전 장관을 꼽기도 했다. 이 명예교수는 국민의당 합류 이전인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이 (국민의당에) 들어오면 급진정당이 된다"며 "이 경우 안 대표가 말한 제3지대 정당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안팎의 우려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인 보수화 흐름에 왼쪽 날개를 달아주고, 야당이 야당다운 길을 갈 수 있도록 균형자가 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당 마저 새누리당과 가까운 쪽에 자리를 집가 되면,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화와 보수화가 굳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실종 위기에 놓인 합리적 진보의 공간을 마련하고 자와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달라"며 "갈등의 방식이 아니라 건강한 논의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잘 녹여내겠다"고 당부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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