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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상]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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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상]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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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교황빵으로 인기를 끌었던 '마늘빵', '레이버데이 머플러',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한식뷔페'. 이들 3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베끼기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특허 침해, 디자인 도용, 브랜드 베끼기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베끼기를 넘어 우리가 원조라고 말한 적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말과 도를 넘은 행위는 부끄러움마저 안겨준다. 대기업의 자금과 인력, 유통망이라는 거대한 힘 아래 묻힐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대기업을 향한 따끔한 질타와 튼튼한 보호 울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5년간 대기업과 특허 분쟁에서 중소기업의 승소율은 불과 11%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난해 특허청 국정감사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특히 기술탈취 등을 이유로 제기한 특허침해 본안 소송은 모두 완패하며 승소율 0%를 기록했다. 반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의 수단으로 애용하고 있는 특허무효심판 인용률은 53.2%로 절반을 넘는다.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할 경우 특허침해 여부와 피해액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대기업에서 소위 '버티기'로 소송기간을 지연시킬 경우, 자본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전문성과 자본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미투 제품은 제품 베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시간적,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가족같이 함께 해온 동료이자 회사의 핵심 기술인력을 하루아침에 빼앗기니 사업적 손실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까지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3분의 1은 최근 3년간 핵심인력이 대기업으로 이직해 경영상 피해를 입었으며 평균 5억2000만원의 매출 감소 피해를 입었다는 결과도 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는 해마다 거론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미투 제품, 미투 브랜드라 할지라도 가격만 저렴하다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많아지고 시장은 넓어지니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제품,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몇 개월, 많게는 수십 년씩 24시간 불을 끄지 않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한 최초 기업의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히든챔피언의 귀감이 되고 있는 독일은 일찍부터 장인정신에 대한 국민적 존경이 바탕 되어 왔다. 전통기술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분야별 최고의 장인을 기르는 것만이 강대국을 만드는 길이라 믿었다. 그 결과 박사에 버금가는 사회적 대우와 명예, 임금으로 기술자들을 우대하는 '마이스터(장인) 제도'는 BMW, 다이슨, 휘슬러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양성했다.


연구개발(R&D) 확대 등 혁신의 노력 없이 '베끼기'를 통한 시장 유지는 당장엔 득이 될지 몰라도 결국엔 공멸하는 길이다. 아무 노력 없이 손쉽게 인기에 편승하려는 미투 제품이나 미투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제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다.


정부도 더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 기술인력을 빼앗기지 않도록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엄단을 위한 강력한 제제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향한 애정 어린 관심과 더불어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인정해주고 장인 정신을 높게 평가하는 대중적 인식 확산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무늬만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가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제2의 한식뷔페, 마늘빵과 같은 중소기업의 창의적 시도와 도전이 발목 잡히는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정인기 풀잎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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