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CEO 단상]효과적인 문화정책을 위한 조건들

시계아이콘01분 50초 소요

[CEO 단상]효과적인 문화정책을 위한 조건들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
AD

꼭 20년 전 일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당시 잡지시장은 1년 이상 생존율이 40%라 했고 '씨네21' 창간편집장이었던 나는 이 주간지가 초기투자비용을 고스란히 적자로 떠안았던 첫 1년 동안 거의 신경쇠약의 나날을 보냈다. 창간초기 매일같이 판매부서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저녁에 그들 책상 위에서 노란 바인더에 철해진 판매일지를 꺼내 오늘은 정기독자 신청이 몇 명이고 해약이 몇 명인지 수치들을 몰래 체크해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게 됐을 때 민간기업과는 모든 게 달랐다. 이곳에는 적자와 폐업에 대한 공포가 없고 이 일이 공공에 유익한지만 생각하면 됐다. 다만 기업은 수익을 얼마 냈는지 그 결과가 말을 하지만 공공에서는 얼마만큼 유익했는지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 처음에는 이윤강박이나 폐업공포 없이 일한다는 것이 '땅 짚고 헤엄치기'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의 결과가 숫자로 똑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눈에 확연히 보이는 변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예산효과에 대한 정책적인 판단이라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지역의 예술생태계를 지원하고 문화예술 공간들을 운영하며 학교 안과 밖에서 예술교육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문화사업들을 한다. 1990년대까지는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공연장을 운영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거의 전부였고 문화정책은 행정부에만 있었다. 지금은 전문 예술가들뿐 아니라 시민들 모두가 예술을 누리도록 하자는 정책목표 아래 문화예술을 대중의 일상 속으로 실어 나르는 문화민주주의 시대이다. 복지정책이 그렇듯 문화정책도 볼륨이 커지는 한편 복잡다단해졌고 행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역할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앞 다퉈 문화재단들을 만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술로 활기찬 서울, 문화로 행복한 시민'이 우리 재단의 모토인데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어떻게 이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예산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그러니까 정책의 연비(燃比)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이것이 올해 내가 우리 재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다. 몇 년의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은 서울시의 정책 및 행정체계에 대한 싱크로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다시 말해 시의 정책수요에 기민하게 조응하는 것, 그리고 시의 행정시스템을 타고 문화예술적 가치들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우리 재단은 여러 가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400여 동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하고 복지사들을 파견해 마을공동체의 중심으로 활성화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주민센터에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이 가동할 수 있도록 서울문화재단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나을 것이다. 또한 임대아파트의 공용 공간들에 예술가들이 입주해 커뮤니티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예술가들은 작업실을 얻고 아파트는 문화공동체로 탈바꿈해 서로 좋은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하철역사 지하상가에 오랫동안 비어있는 점포들을 예술가들에게 작업실로 저렴하게 임대하면 어떨까. 또는 우리 재단이 최근 몇 년 사이 집중적으로 개발해온 예술치유 프로그램들을 서울시내 공원들에서 시민들을 만나게 하면 어떨까.


기업체와도 같은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내 유휴공간을 예술가들에게 무료임대하거나 기업 안에 상주 예술가, 또는 상주 예술단체를 두면 직원들의 창의력 및 활기찬 조직문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기업로비나 직원식당에 공공미술가게를 설치해보면 어떨까.


올해 초 나는 정책과제니 목표니 하는 말을 빼고 "모두가 각기 작년보다 더 나아지자. 올해가 끝날 때는 지금보다 더 근사한 사람이 돼 있기를 바라보자."는 요지의 신년사를 했다. 올해가 끝날 즈음에는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 곳곳에서 시민들 생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기를, 시민들이 서울시 문화정책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좀 더 체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