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검사' 금장시계 차지말고 밝은 블라우스 입고 넥타이는 회색으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회색 넥타이는 중립적인 색으로 세련됨과 품위까지 표현돼 검사복에 매우 적합하다." "검사복 안에 입는 블라우스는 무늬가 없는 밝은 컬러를 원칙으로 한다."
대검찰청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판검사의 법정언행 문제점 및 개선방안연구' 자료를 컨설팅 업체로부터 받았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수도권 공판검사 10명, 국민참여재판검사 10명의 재판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영화 '소수의견'을 보면 국민참여재판 담당 여검사가 아나운서를 연상시킬 정도의 또렷한 발음과 신뢰감 있는 모습으로 배심원들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나온다. 참여재판 맞춤형 검사를 투입해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이러한 모습은 단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현실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대검이 컨설팅 업체로부터 받은 연구 결과를 보면 검사들의 표정과 몸짓에 대한 '코치'는 물론 바람직한 구두, 넥타이, 시계의 색상과 디자인까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구두는 끈이 달려 있지만 화려하지 않은 장식이 좋고, 시계는 '금장시계'보다는 '은장시계'가 적합하다는 내용이다. 여성 검사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가급적 안 하는 게 좋고, 착용 시 작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권유도 담겨 있다.
발음과 자세에 대한 문제점도 담겨 있다. 서울 한 지검의 검사는 "구부정한 자세로 어물거리듯이 모두 진술을 진행함에 따라 자세가 불안정하며, 발음이 불명확하고, 목소리의 리듬감이 안 좋다"고 지적받았다. 다른 검사는 "피고의 주장에 검사가 고개를 떨군 채 피식 웃기도 한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검사 본인은 의식하지 않더라도 그의 행동이나 말에서 부적절한 '권위'가 묻어나올 때가 있다. 검찰이 '법정언행'에 신경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검사의 법정 행동이 평가의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검사의 법정 언행에 대한 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변협이 시행한 '검사 평가제'를 놓고 일선 검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객관적 평가 자료인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지만, 검사도 기존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검사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법정언행 개선방안 연구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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