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은행권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가계ㆍ주택담보대출 받기가 어려워졌다.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때 소득에 연계된 상환능력 즉 총부채상환비율(DTI) 비율이 중요해졌고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갚는 방식(비거치식 분할상환)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내용이다. 신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때 스트레스 DTI가 적용되는 점도 대출한도 감소요인이 되고 있다.
가계대출 및 부동산경기와 관련하여 그동안 정부가 취해온 일련의 정책을 지켜보면 자칫 붐-버스트(boom-bust)적 정책으로 인해 경제에 후유증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붐-버스트는 '냉-온탕 경제정책'을 뜻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 초반의 신용카드 사태다. 당시 외환위기가 끝나고 신용카드 규제까지 대거 풀리면서 빚어진 신용카드 업계의 과열경쟁이 가계소비 급증을 부추겼다. 2000년대 초반 연평균 가계소비가 약 350조 정도였는데 카드빚에 의존한 가계소비 잔액이 2년 연속 20조원씩 늘어난 것이다.
신용카드 빚 급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화들짝 놀라 한 분기에만 신용카드 사용 잔액을 무려 7조6000억원 낮추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분기별 민간소비가 평균 80조 안팎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명백한 붐-버스트 정책이었다. 이 정책의 후유증 때문에 한국경제는 민간소비 급감으로 2분기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경기하강이 심화되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경제정책이 이와 유사한 붐-버스트 패턴을 보이고 있어 후유증이 우려된다. 지난해 정부는 주택분양시장을 살리고 건설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었다. LTV(부동산 시가 대비 대출한도비율)는 최고 70%까지 올라갔고, 네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 아파트 담보대출금리 수준도 사상 최저금리가 되었다. 2015년 부동산 시장은 각종 규제완화 및 전세난에 따른 신규분양 증가로 큰 호황을 누렸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70조원이 넘게 늘었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파르게 늘어나자 정부는 올 들어 갑자기 부채관리 쪽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변경했다. 가계부채 종합관리가 시작되면서 당장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확 꺾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중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2554억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의 평균 증가액 4조2684억원에 비하면 엄청난 감소세를 보인 셈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전환이 최근 금융권이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대출 축소와 맞물렸을 경우 예상되는 지나친 경기위축이다. 국내 기업들의 부실화 우려로 은행권 자본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자 시중은행들은 작년 말부터 일제히 기업대출을 줄여왔다. 지난해 말 은행의 기업대출은 한 달 동안 무려 9조9000억원이 줄었고 올해는 이 같은 자발적 대출 억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은행들이 자체 위기관리를 위해 이미 문제가 발생한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장차 경기위축이 우려되는 분야까지 선제적으로 대출을 축소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도 확 줄이겠다는 것인데 정부의 가계대출 종합관리정책과 맞물리면서 가계나 기업에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올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불안과 글로벌 경기하강 등이 겹치면 모든 경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제상황이 불확실할 때는 정책전환의 타이밍과 유연한 운영이 필수적이다. 가계부채관리로의 정책전환이 가져올 후유증을 감안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 플랜을 대상자의 생애소득 및 가계상황에 따라 신축성 있게 가져가는 등 추가적인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전에 배웠던 영어식 표현을 빌자면 이렇다.
"경제의 연착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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