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아프리카개발은행에 35억달러 대출 요청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가 하락에 신음하고 있는 산유국들의 긴급 구제금융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아프리카 대표 산유국 나이지리아가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에 35억달러의 긴급 자금 대출을 요청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재정적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애초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인 11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예상했다. 하지만 재정적자는 정부 예상을 초과해 GDP의 3% 수준인 150억달러로 확대됐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대출 자금을 받아 정부 재정적자를 메울 계획이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커진 것은 정부 재정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원유가격 급락 때문이다. 유가 급락으로 재정 수입은 주는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했고 결국 정부 살림살이가 나빠진 것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2013년 이후 첫 국채 발행도 검토 중이다.
나이지리아는 2014년까지 10년간 연 평균 6.8% 성장률을 기록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를 밑돈 것으로 추산된다. 몇 년 전 500억달러에 육박했던 나이지리아의 외환보유고도 현재 반토막 나 282억달러로 줄었다.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산유국은 나이지리아 뿐만이 아니다. 정부 수입의 95%를 원유에 의존하는 중앙아시아의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과 긴급 자금 대출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산유국이 자금 지원 요청이 잇따르는 이유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자본 이탈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소득 이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일본 경제연구센터가 IMF 통계를 분석한 결과 원자재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자원 소비국의 무역수지 개선 금액은 1조158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본의 연간 교역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중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다음으로 유로존·일본·미국 순일 것으로 추산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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