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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LCC의 두얼굴]국내선 수송 절반 분담 vs 중정비인력은 '0명'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43초

기차요금보다 저렴한 항공권 항공수요 늘려…하와이 등 장거리 노선도 생겨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2005년 저비용항공사(LCC)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LCC가 등장하기 전인 1997년부터 2004년까지는 국내선 항공요금의 평균 인상률이 15%에 달하던 시절이었다. 이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4.6%)을 감안하면 무려 3배 이상 치솟은 것. '비행기 타기가 겁난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가볍게 해줬고, 요금 부담이 줄어들자 항공 수요도 크게 늘었다.

LCC가 해외 여행객 확대에도 기여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항공여행객 수는 2005년 3561만명에서 지난해 8941만명으로 늘어났다. LCC 점유율은 이 기간 16.2%로 증가했다. 해외여행객 100명 중 16명은 LCC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지역별로는 대양주(29.1%), 일본(23.7%), 동남아(13.9%) 노선이 10% 이상 늘어난 반면 유럽(8.3%), 미주(7.2%) 노선은 7~8%에 그쳤다.


LCC가 운영하고 있는 중단거리 노선의 여행객 수 증가폭이 LCC가 운항하지 않은 지역보다 더 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중단거리 노선은 LCC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LCC 여객 3000만명을 포함해 1∼2년 안에 항공여객 연간 1억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LCC의 등장은 대형항공사의 항공요금을 낮추는 효과도 낳았다. LCC의 선전으로 중단거리 노선에서 박리다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요금을 낮출 수 밖에 없게 된 것.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국제선 수송 단가는 전년대비 약 15%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LCC 참여로 인한 경쟁심화로 인한 항공요금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영업이익 감소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LCC 업체간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제주항공은 국내선 항공권을 편도 역대 최저가인 7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벌였고, 이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21만명이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에어부산은 국제선 항공권 3매를 묶어 정규 요금 보다 최대 65% 싸게 판매하는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LCC들이 내놓는 운임은 대형항공사들의 70~80% 수준이지만 이같은 각종 할인과 이벤트를 활용하면 기차 요금 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신규노선 개척도 적극적이다. 국내 LCC 업계가 운항하는 해외노선 수는 총 103개다. 2014년 말 65개과 비교하면 58% 증가한 수준이다. 국내 LCC들이 운항 중인 항공기 수도 82대로, 2014년 말 62대 보다 20대 증가했다. 필리핀ㆍ괌ㆍ태국ㆍ홍콩ㆍ일본 등 중단거리 위주에서 최근 하와이 노선까지 취항하며 장거리 시장에도 진출했다.


LCC 태동과 성장은 항공권 가격 거품을 빼 항공산업 전체 성장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 불필요한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 외주용역을 통해 항공기 유지 관리비 최소화, 티켓의 영업유통 과정을 단순화해 운임 단가를 최대한 낮춘 결과다. 이 같은 비용 구조 개선으로 항공수요와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한 달 뒤 출발하는 태국행 항공권(편도기준)은 가장 비싼 요금은 96만3800원(아시아나항공)이다. 이에 비해 LCC인 제주항공은 35만원이다. 같은 노선인데도 가격 차이는 3배 가까이 벌어진다.


[11살 LCC의 두얼굴]국내선 수송 절반 분담 vs 중정비인력은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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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LCC의 두얼굴]국내선 수송 절반 분담 vs 중정비인력은 '0명'



사고는 늘어나는데...엔진 등 중정비인력 '0명'

이달 초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을 이륙해 김해공항으로 향하던 진에어 여객기는 출입문이 열린 상태로 이륙했다가 승객들이 귀와 머리 통증을 호소하자 회항했다. 제주항공은 기내 여압장치 고장으로 고도를 1만피트 이상으로 급강하해 운항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출입문이 열린 채 승무원이 문고리를 잡고 비행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지난해 국내선 점유율 50%를 돌파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항공 사고도 2014년 32건에서 지난해 50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성장하는데 소프트웨어는 열악한 수준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제주공항 결항 사태는 LCC의 후진적인 관리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폭설에 막혔던 활주로가 25일 열리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은 결항일자와 출발시간을 기준으로 고객들의 임시편 탑승 우선 순위를 정해 이를 단문메시지서비스(SMS)로 통보했다. 반면 제주항공이나 티웨이항공 등은 승객들이 공항에서 대기예약을 받도록 해 혼란을 키웠다.


이번 사태로 LCC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대규모 결항 사태를 대비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것이 안전 위협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LCC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은 저가 경쟁을 위해 수송이라는 '기본' 서비스에만 치중했을 뿐 '부가' 서비스 확보에는 소홀했던 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LCC 성장의 이면에는 인적 자원 부족이라는 악재도 숨어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LCC들의 정비인력(항공정비사 자격증명 취득자 기준)은 제주항공 224명, 이스타항공 118명, 티웨이항공 123명 등이다. 이는 대한항공(5000명)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이들 인력들은 비행기가 뜨기 전과 내린 후 간단한 운항정비만을 담당하고 있다. 비행기 건강을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중정비 업무를 담당할 전문인력은 '0명'이다. 국내 LCC들은 기체 중정비나 엔진정비 등을 싱가포르 등 해외 정비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모회사에서 정비지원을 받지만 제주항공이나 이스타, 티웨이 항공은 100% 해외 정비업체에 의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빈발하는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로 엔진 교체나 기체정비가 필요할 경우 자체 중정비 인력이 없는 LCC들은 빈 항공기를 해외로 보내 정비해 돌아와야 한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고 항공편의 파행운항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에어아시아 등 외국계 LCC들의 진입도 위협적인 요소다. 외국계 LCC들은 국내 대형항공사보다 덩치가 큰 기업들로 가격 경쟁력이나 노선망, 서비스 등에서 국내 LCC 보다 우위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들이 지난 11년 간의 고도 성장기를 끝내고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한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경쟁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전문성과 운영 능력을 대폭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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