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따금 차상위계층이라 국가장학금 받고 거기에 성적우수장학금까지 받아서 등록금 몇십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부모님에게 다 낡은 변두리 집 한 채가 덜렁 있다고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반값등록금이 사실은 '반값'이 아니라는 건 이미 대학생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소득수준에 따른 장학금 지원'이라는 문구가 빠져서 그렇지, 일부 계층에 편중되게 지원되는 장학금이라고 해서 배 아프다는 얘기도 아니었다. 한 한기 등록금 400여만원 중 단돈 30만원을 지원받아도 반값등록금의 수혜자로 분류되는 건 고개가 갸우뚱한 상황이긴 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사실상 체감하지 못하는 데도 정부는 계속해서 반값등록금이라고 우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것이 실현됐다고 버젓이 정책홍보에 나서 학생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취재 중 만난 한 학생은 "반값등록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부모님은 남들 다 받는 장학금 저만 못 받는 줄 알고 속상해하신다"며 "그렇다고 평생을 기름때 묻혀 가며 하청공장에 다니시는 아버지의 얄팍한 소득 때문에 아들이 장학금을 못 받는다는 걸 어찌 내 입으로 얘기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잘한 정책은 잘했다고 알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무려 7조원이라는 돈이 투입되고 있으니 실제 혜택받은 사례를 발굴해 홍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의 경우 정책을 더 홍보해 많은 학생이 장학금 신청을 하게끔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학생들이 몰라서 못 받는다는 일차원적 사고방식이다.
국가가 약속한 정책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괴리감이 크다면 반드시 대대적으로 자랑할 일은 아니다. 많은 이가 동의하지 못하는 데도 정부가 먼저 나서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고 홍보하는 것은 성급하고 일방적인 결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홍보비용 자체는 국민의 세금이다. 홍보도 지나치면 선전이 되고, 선전이 과도하면 선동이 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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