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에 배팅하는 역외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1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이날 홍콩 역외 시장에서 수 차례에 걸쳐 위안화를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역외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58위안까지 올랐다. 지난주 기록한 역대 최저점과 비교해 위안화 가치가 2.5% 급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대 2%까지 벌어졌던 상하이와 홍콩간 역내외 환율 격차도 제로(0) 수준까지 좁혀졌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매수에 나선 것은 역내외 환율 차이 확대가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경기둔화에 따라 어느 정도의 위안화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역외 시장에서의 위안화 급락세는 대규모 자본이탈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13일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 17분 현재, 홍콩에서 역외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0.16% 오른 6.5731 위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5630위안으로 전날과 큰 차이가 없다.
중국 정부는 연일 환율 안정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경제를 총괄하는 중앙재경영도소조의 한쥔(韓俊) 부주임은 전날 미국 뉴욕 중국총영사관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화 가치가 1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말이 안된다(ridiculous)"면서 "중국은 위안화를 방어할 충분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은행의 마쥔(馬駿) 이코노미스트도 성명을 통해 "위안화를 통화바스켓에 연동하는 환율 개혁은 위안화 절하 압력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환시 개입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의 방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인민은행의 위안화 매수 이후 홍콩에서는 유동성 부족으로 위안화 대출 금리가 폭등하는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이날 홍콩 은행간 위안화 대출금리(HIBOR) 1일물은 66.815%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잇따른 환시 개입과 투기 세력에 대한 응징의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둔화와 자본유출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시장개입 만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제한하는 것은 근시안적 처방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라 해외 자금이 중국을 떠나고 있는 것은 물론 중국인들마저 자국에서 투자금을 빼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환상(illusory)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