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성공 3단계 전략
사전마케팅, 공인중개사무실 돌며 우군 확보…가구수 10배 고객정보 축적해야
본마케팅, 견본주택 개관, 청약·계약에 주력…진성고객 유치 위한 상담
사후마케팅, 정당 계약 끈나면 선착순 계약…미분양은 조직분양 업체에 넘겨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작년 부동산시장 열기는 단연 분양시장에서 돋보였다. 한 해 동안 전년보다 56.4% 많은 51만가구가 전국에 쏟아졌다. 2000년 조사 이래 최대 물량이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도 역대 최고 수준. 새로 문을 연 견본주택에는 수만 명씩 인파가 몰리고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도 예사였다. 이 열기의 숨은 주역은 마케팅이다. 뜨거운 신규 분양시장을 이끈 분양 마케팅은 간단하지 않다. 고도의 전략과 세밀한 전술이 결합된 것이 마케팅의 세계다. 아파트 분양전략은 땅을 확보하는 때부터 고려된다.
건설사가 토지 낙찰을 통해 직접 땅을 확보하거나 시행사가 가지고 있는 토지에 아파트를 짓는다. 이때 입지가 수요자를 얼마나 끌어모을지 판단하게 된다. 분양 마케팅의 큰 밑그림은 입지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양을 결정하기 전 시행사 혹은 건설사들은 사업성을 우선 검토한다. 인근 지역의 시세와 수요자 규모 등을 분석해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이 분양성 검토를 예전에는 건설사나 시행사 등 사업 주체가 직접 담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통상 분양대행사가 담당한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협력업체로 등록된 분양대행업체만 30~50여개에 달한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된다.
◆분양 성패는 사전 마케팅에 달렸다= 본격적인 분양 마케팅은 견본주택 개관 이전부터 시작된다. 분양 마케팅을 담당하는 각 건설사의 분양팀장들은 사전 마케팅이 분양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았다. A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견본주택 개관 전 진행되는 사전 마케팅과 견본주택에서의 본 마케팅, 계약 종료 후의 사후 마케팅의 중요는 5대 3대 2로 볼 수 있다"며 "사전 마케팅이 잘 되면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 마케팅은 견본주택 개관 전 분양 소식을 알리는 작업이다. 수요자들이 가장 쉽게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묻는 곳은 사업지 인근의 공인중개사.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가장 먼저 분양소식을 알리고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우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공인중개사인 셈이다. 이를 위해 사전 마케팅을 담당하는 홍보요원들은 분양 몇 달 전부터 중개업소를 돈다. 중개사에게 분양 단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물론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사무실 유리에 큼지막한 플래카드도 건다. 중개업소를 찾은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분양 정보가 담긴 티슈나 물티슈를 비치한다. 인주나 메모지, 볼펜 등 공인중개사가 자주 쓰는 사무용품을 지원하기도 한다. 우선 공인중개사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함인데 공인중개사가 상담을 통해 확보한 고객은 실제 계약ㆍ청약을 하는 진성 고객 비율이 높다.
동시에 고객 정보를 확보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한 대형건설사 분양소장은 "사전 마케팅은 견본주택 개관 전 아파트에 실제 계약할 고객을 만드는 작업"이라며 "많게는 분양 가구 수의 10배의 고객 정보를 확보하고, 3배 이상의 진성 고객을 확보해야 분양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건설사는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지하철역 등에서 티슈를 나눠주면서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한다. 최근에는 홍보요원들이 직접 산을 타며 등산객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인근 주유소에서 휴지나 물티슈를 주유 고객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B건설사 분양소장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실시하는 홍보는 분양 소식 자체를 알리는 효과는 크지만 실질적인 청약ㆍ계약을 하는 진성 고객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다"며 "진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세한 상담을 통해 얻은 고객 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의 홍보는 사전 홍보관 등으로 이끄는 것이 실질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건설사들은 견본주택을 열기 전 사전 홍보관을 운영한다. 해당 단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홍보를 하면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해 진성 고객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본 마케팅은 망설이는 수요자를 잡는 것= 견본주택 개관 전 마케팅 초점이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다면 견본주택을 열고 난 뒤에는 청약률과 계약률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시작은 견본주택에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사전에 확보한 고객 정보가 이때 활용된다. 문자로 견본주택 개관 소식과 경품행사 정보를 알려 고객을 견본주택으로 오도록 이끈다. 견본주택이 북적이면 일단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건설사들이 '견본주택 첫 개관 사흘 새 몇만 명이 왔다'에 민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견본주택에 오면 일단 티슈 등 간단 사은품과 분양정보가 담긴 리플릿을 제공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고가 상품을 제공하는 경품 추첨행사다.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추첨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주기도 하고 명품가방을 경품으로 내걸기도 한다. 모두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는 견본주택 내에 카페테리아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 됐다. 단지 모형과 주택 유닛을 둘러본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대접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견본주택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면 다음은 진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상담이 진행된다.
한 분양소장은 "건설사 입장에서 가장 안 좋은 상황은 고객들이 견본주택만 둘러보고 상담을 받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라며 "일단은 상담석에 앉혀서 단지 정보에 대해 상담을 해야 청약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청약 접수와 당첨자 발표, 당첨자 지정 계약이 이어진다. 청약률이 높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청약을 한 사람들이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끼도록 한다. 당첨자 발표 후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초청 행사도 연다. 당첨자들이 견본주택에 방문하면 사은품을 주는 한편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본격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완판을 위한 '사후 마케팅'= 정당 계약이 끝나면 일정 기간은 선착순 계약이 진행된다. 이때부터는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 10여개의 선착순 계약 전용 창구를 만들어 놓고 잔여 물량 계약을 유도한다. 이때 창구 곳곳에서는 "101동 1701호 계약 완료"를 크게 외친다. 말 그대로 선착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층수나 조망권이 좋은 로열층을 계약하면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조직분양 작전이다. 미분양 물량을 조직분양 업체에 의뢰해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주고 파는 식이다. 악성 미분양의 경우 한 가구당 수천만 원을 수수료로 주기도 한다. 이와 함께 일반 계약자들 대상으로 소개비를 제공해 주변 지인의 계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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