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 "선거구획정 합의 가능성 없어"
조원진 "野 협상할 의지 없다…직권상정만이 해결책"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선거구 재획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을 비롯한 쟁점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는 30일 쟁점법안에 대한 물밑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300여 개의 무쟁점 법안만을 처리해 본회의에 부의한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여야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입법비상사태'라는 최악의 불명예다. 선거구획정을 매듭짓지 않아 사상 초유의 '선거구 부존재' 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30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와 만나 "이틀 새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 합의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현행 선거구는 내년 1월1일 0시를 기해 모두 무효가 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현행 3대1인 인구 상한과 하한 편차를 2대1로 바꿔 선거구를 다시 짜도록 판결하면서 시한을 올해 12월31일로 못 박았다. 헌재가 지정한 기한이 지나면 현행 선거구는 위헌이 되는 셈이다.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은 치킨게임의 결과다.
여당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의총에 참석해 현황 보고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국회법에 나온 직권상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현행 선거구 의석을 기준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선거구획정위에 제시할 계획이다. 획정안이 마련되면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본회의에서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을 시도하게 된다.
연내 쟁점법안 처리도 물 건너가게 됐다. 전날인 29일까지만 해도 경제관련 법안을 제외한 북한인권법안, 테러방지법안은 여야 이견이 좁혀져 연내 타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인권법의 경우 '북한인권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도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여당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고, 테러방지법은 핵심쟁점이었던 '테러방지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둔다'는 부분에 여당이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의 경우 국가정보원이 정보수집을 할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과 FIU(금융정보분석원)법 개정을 둘러싸고 야당이 허용 불가 방침을 고수해 합의에서 또 다시 멀어졌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과 기업활력제고법안(원샷법) 등 경제관련법안은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의 최대 쟁점인 의료 영리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재정위와 보건복지위 여야 간사가 참여하는 2+2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야당과 협상을 계속 하겠지만 연내 처리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