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9일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발표하면서 사고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전문가들은 김 비서의 교통사고를 두고 "북한내 추모 분위기, 북한 고위직들의 음주운전 등 문화를 고려할 때 교통사고는 위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거물급 인사들의 교통사고는 그동안 종종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거물급 인사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북한 특유의 파티문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비밀리에 치러지는 북한 고위층의 파티에는 제한된 인원과 등록된 차량만 드나들도록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고위층들은 운전기사를 대동하지 않은 채 직접 운전해파티장으로 간다고 한다.
따라서 파티 후 귀가 때는 만취 상태에서 직접 운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통사고는 항상 잠재돼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도로 사정과 교통신호 체계가 부실한 북한에서 음주 운전은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김양건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교통사고를 가장한 살해됐을 가능성이나 권력암투의 희생물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군부나 정적 등이 사고를 위장해 계획적인 제거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대표적 인사는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와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철봉 강원도당 책임비서 등이다. 김 전 비서는 69세이던 2003년 6월 16일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10월 26일 사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했던 김 전 비서는 김정일의 황북 봉산군 은정리 염소종축장 시찰을 수행했다가 복귀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비서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 자리에서도 다른 간부들을 제치고 '헤드테이블'에 앉을 정도로 김정일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리제강 부부장도 2010년 6월 2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80세로 '후계자'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그의 사인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정일은 3남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을 결심한 직후 리 부부장에게 당 조직지도부의 후속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강원도당 책임비서였던 리철봉도 2009년 12월 25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는 정무원 사회안전부 부장에 이어 도시경영부 부장, 내각 철도성 정치국장을 거친 후 2006년 10월 강원도 당위원회 책임비서에 올랐던 사람이다.
2013년 처형된 장성택도 2006년 9월 교통사고를 당했던 적이 있다. 대표적인 '장성택 사람'으로 꼽혔던 박명철 전 내각 체육상 역시 2003년말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아직 건재하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