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교통사고로 숨진 김양건 (73)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총괄 외교 브레인으로 대남정책과 사업을 총괄한 북한 정권의 실세 가운데 한 명이다.
1942년 평남 안주에서 출생한 김 비서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북측 주역으로 꼽히며, 북한의 대(對)중국 라인 역할도 맡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중국 지도부의 방북 일정을 물밑에서 지휘했다. 김 전 위원장의 각별한 신임과 함께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실세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외교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성실하고 뛰어난 능력, 세련된 매너와 인품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대남 라인이 잇따라 숙청되는 과정에서도 김 비서의 약진은 계속돼 최근에는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 주요인사 등을 결정하는 핵심기구인 정치국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건강이 악화한 이후 국제비서 역할까지 담당한 만큼 김 전 위원장의 넷째 부인인 김옥의 신임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는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촉발된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북측 대표로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김비서의 빈자리를 앞으로 누가 주도하느냐다.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대남 분야 2인자로 꼽혀온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김양건'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원 부부장은 한때 신변 이상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번 김양건 장례를 위한 장의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려 건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남북협상에서 잔뼈가 굵은 '대남통'으로, 작년 2월 남북 고위급 접촉 때도 당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회담한 경험이 있어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포스트 김양건' 후보에 북한 대남라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맹경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도 거론되고 있다. 맹 부위원장은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에서 서기국 국장으로 승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도 후보 중 한 명이다. 전 부국장은 2002년 제2차 금강산관광 당국회담과 제12∼21차 남북 장관급 회담, 2007년 남북총리회담 등에 북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등 남북대화 경험이 풍부하다.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건강 악화 이후 김양건 비서가 총괄해온 대외 분야에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이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실세였던 김 비서를 대신하기에는 현 대남라인은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의 실세 중 한 명이 김양건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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