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보육대란을 막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기대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 접점을 찾지 못했다."(장휘국 광주교육감)
28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장휘국 광주교육감 등을 만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당초 시도교육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황 부총리가 대신한 자리에선 재차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교육부의 주장대로라면 누리과정은 2015년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한다는 계획이었다. 세수 증가로 지방교육재정이 연간 약 3조원씩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서다. 하지만 세수가 덜 걷혀 재원이 부족해지자 급한 대로 예산을 지방채로 조달하면서 지방교육청의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 여기서부터 정부의 말 바꾸기가 시작됐다.
당초 재정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던 교육부는 세수 부족분의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 게임으로 말 바꾸기 논란을 희석시키고 있다.
말 바꾸기의 첫 단추는 박 대통령이 자초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0~5살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최근 보육대란의 논란 과정을 보면 그 약속은 깨진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누리과정은 무상급식과 달리 법적으로 장치가 마련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의 의무"라고 말을 바꿨다. 국가가 아니라 시도교육청이 책임지는 일로 넘어간 탓이다.
기획재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했고 교육부는 올 들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지원은 교육감의 의무'라고 아예 법으로 못 박아버렸다.
누리과정 예산은 이제 보육과 교육적 차원을 떠나 정치적 쟁점이 됐다. 만 3~5세 어린이라면 누구나 공평한 교육과 보육의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본연의 취지는 안중에도 없는 일이 됐다.
책임지지 못할 공약과 정부의 말 바꾸기에 오늘도 아이를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보내는 부모들은 잔뜩 화가 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기도 전에 불신을 먼저 배우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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