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28일 송년회 건배사로 "응답하라, 금융개혁" 외쳐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응답하라! 금융개혁!"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맥주잔을 들고 건배사로 "응답하라, 금융개혁"을 외쳤다. 28일 저녁 출입기자단과 송년회가 있었던 예금보험공사 강당에서다. 임 위원장은 "요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즐겨본다. 내가 '응답하라'라고 선창하면 '금융개혁'이라고 후창해달라"며 건배제의를 했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특히 금융감독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금융위와 혼연일체가 돼 권한을 내려놓고 금융개혁에 발벗고 나서 줘 금융개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의 일등공신은 금융감독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개혁의 주역인 금감원은 구조개혁 과정에서 스스로 기득권과 권한을 내려놔야 했을 것이다. 내부에 다른 (반대의) 목소리도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충실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금감원이 현장의 접점에 서서 금융개혁을 금융사와 국민에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준 주역이었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러한 임 위원장의 행보는 금감원과 혼연일체를 강조했던 그간의 리더십과 맞닿아 있다.
임 위원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 3월18일 금감원을 방문해 '금융개혁 혼연일체(金融改革 渾然一體)'라고 적힌 액자를 전달한 바 있다. 혼연일체는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을 집행하는 금융감독원이 금융개혁이라는 손을 맞잡겠다는 의미였다. 과거 일부 금융위원장ㆍ금감원장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정책 엇박자를 내 앙숙 지간이었던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관행적인 종합검사를 줄이고 금융사의 수검부담을 줄이는데 노력해왔다.
임 위원장은 또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에서 적극적으로 건의사항을 말해준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내비쳤다. 임 위원장은 "434개 금융사의 3625개 건의가 있었다. 이 건의들이 금융개혁의 토대가 됐다"면서 "우리는 그 건의 중에 그저 '체를 쳐서 추려내는 일'을 하면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언급했다. 임 위원장은 "법률이 통과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자본시장법 지주회사 개편은 아무런 정치적 이해가 없고 누구나 해야 한다고 합의한 것인데 입법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굉장히 아쉽고 답답했다"면서 "계속해서 입법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 집중하다보니 '디테일의 함정'에 빠져있다거나 8~9월 우간다 이야기가 나오면서 쇼크를 받기도 했다"는 소회도 밝혔다. 그는 "하지만 거대담론 때문에 30년간 금융개혁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융개혁의 가장 큰 성과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공감대를 금융사 직원들에게 심어준 것'이라고 꼽았고 내년 최대 과제로는 빚 문제를 언급했다. 임 위원장은 "내년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문제가 우리경제의 리스크요인이라고 본다"면서 "금감원, 한국은행과 공조를 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올해 금융개혁의 씨앗을 뿌렸으니 내년엔 새싹이 움트고 뿌리를 내리는 착근(着根)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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