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 "재건축, 시장 바로미터…수도권까지 번지는 건 시간문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통 사람이 없네요. 문 열릴 일이 없어서 찬 바람 들이치지는 않는 것에 만족할 뿐입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주택 거래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말했다. 이 일대는 손님 발길이 끊기며 '혹한기'가 시작됐다. 매물을 문의하는 전화조차 울리지 않았다.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손님의 발길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재건축 붐이 일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곳이지만 내년부터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중개업소에서는 내년 2월(비수도권은 5월) 시행될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거래가 급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A중개업소 대표는 "대출규제나 미국 금리인상처럼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부정적 소식이 이어진 이후 거래문의가 뚝 끊겼다"며 "이 일대가 위축되기 시작하면 한기(寒氣)가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이곳의 분위기가 위축된 것에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통상 부동산 경기를 좌우하는 지표여서다. 최근 반포에서 분양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와 '푸르지오 써밋', '신반포자이' 등이 시장을 견인한 측면이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건축 이주 수요로 인해 강남 주택시장은 여전히 시장을 뒤흔들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파트 철거와 이주를 앞두고 전세 입주자들이 전세물건을 찾아 헤매고 있고 이로인해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부동산114가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신반포한신23차가 66.7%나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저금리 여파로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 혹은 반전세로 전환하며 매물을 찾기조차 힘들다.
서초지역의 한 임대업체 관계자는 "아파트는 가격이 너무 큰 폭으로 상승해 자녀 학교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빌라나 연립주택을 찾고 있다"며 "최근 보증금 5억원 이하의 빌라 매물은 나오는 족족 계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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