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 공천제도 특별위원회는 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에서의 공천 룰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지만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인식 차만 확인해 향후 험로를 예고했다.
황진하 공천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13명의 위원들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6시간이 넘게 공천룰 관련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친박과 비박은 경선시 국민과 당원의 참여비율과 결선투표 방식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당원과 국민의 비율을 50 대 50에서 변동시킬 것인가 아닐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의견수렴을 했고 추가 논의를 더 하면서 비율을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결선투표제는 어떤 식으로 어떤 경우에 하는 게 좋은가와 관련해 이해를 넓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해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뿐 결론이 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결선투표제와 관련, 특위는 26일 3차 회의에서 안심번호 방식에 필요한 이동통신사 관계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여론조사기관 관계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황 위원장은 "결선투표제도 오늘 결론을 내지 않았다. 내일 안심번호제도 전문가를 불러 결선투표제에 대한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컷오프제 도입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 위원장은 "자격심사를 세부적으로 공정하게 잘하면 컷오프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 (컷오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아쉬움도 같이 포용할 수 있는 논의가 되지 않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컷오프란 현역 의원의 일부를 당내 경선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자체 심사를 통해 이른바 '현역 물갈이'를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황 위원장은 "각자가 갖고 있던 행태, 의정 활동, 실적 위주로 보자는 것이지 강제적으로 (현역 의원의) 몇 %를 잘라내겠다는 식으로 의견을 모으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도 컷오프제에 대해 "자격심사를 하다 보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더 많은 현역이 공천에서 어려울 수도 있다"며 "그런 정도로 자격심사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시행한 하위 25% 컷오프 같이 일정한 선을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심사를 엄격하게 시행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역의원을 상당수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6일 회의에서는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 우선추천 및 단수추천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당내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유력인사의 험지 차출론과 관련, 우선추천·단수추천과 결부시켜 사실상 '전략공천'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은 회의 시작부터 전략공천을 염두에 두어두고 이 제도를 폭넓게 도입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원 의원은 이날 회의에 앞서 국민참여경선, 100% 여론조사, 단수추천, 우선추천 등 4가지 공천 방식이 현행 당헌·당규에 명시됐다며 "당헌·당규에 있는 사실을 없다고 하거나, 당헌·당규상 충분히 활용됐던 제도에 대해 문제 삼으면서 특위 활동 방식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상황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도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제도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상대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어떻게 선정하느냐"라며 "험지 출마는 곧 전략공천인데, 전략공천이 없다고 하면서 험지 출마를 얘기하니 국민이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공천제도 특위는 이날 논의를 시작으로 27일까지 3일간 연달아 전체회의를 열고 가능한 한 올해 안에 공천제도를 확정할 예정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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