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지난 2일부터 신한은행 일부 점포에는 ATM 옆에 커다란 기기가 하나 생겼습니다. 스마트 디지털 키오스크입니다. 보통의 ATM와 같아 보이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손바닥을 대는 칸이 오른쪽에 있습니다. 손바닥 정맥지도를 활용해 고객인증을 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4일 홍채 인식을 통해 고객을 인증하고 금융거래를 제공하는 ‘홍채인증 자동화기기(ATM)’를 운영했습니다. 홍채는 안구 내부의 동공 주위 조직으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고객이 홍채정보를 은행에 등록하면 이를 인식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겁니다. 고객이 먼저 자신의 홍채정보를 은행에 등록하면, 이후로는 카드나 통장 없이도 ATM을 통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ATM기기에 설치된 카메라에 눈을 맞추면 고객의 홍채를 인식해 주인을 파악하고, 이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일반 ATM과 동일한 금융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KEB하나은행도 비대면 실명확인과 생체인증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생체인증은 지문인증 방식으로 추진 중입니다. 얼굴 인식을 이용한 보안 솔루션의 은행 시스템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얼굴 인식을 생체인증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렇게 은행들이 생체인증을 금융거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달라진 금융당국의 방침이 한몫합니다. 김유미 금융감독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은 “내년에 도입하는 생체 인증에 대한 관리 감독을 최소화하고 되도록 금융사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의 생체인증 정보를 금융사들이 관리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암호화하고 원본 정보를 바로 폐기하는 최소한의 요건만 지키면 규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8월부터 금융사, 금융협회,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자율보안 체계를 논의해왔습니다.
하지만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생체인증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유출된다면 기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보다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손바닥 정맥지도 정보, 개인의 홍채, 지문 등은 바꿀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생체인증 인식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은행들은 내부 테스트 등을 통해 충분히 준비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인식률이 떨어지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간간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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