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머니몬스터]카이스트의 현인 김봉수 교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08초

[머니몬스터]카이스트의 현인 김봉수 교수 카이스트 화학과 김봉수 교수
AD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증권기사 중 '특징주'라는 게 있다. 증시에서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급락한 종목을 찍어 현 주가가 얼마고, 왜 올랐는지 혹은 왜 떨어졌는지를 설명하는 기사다. 올 들어 특징주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한 사람이 있다. '김봉수 교수, 아이즈비전 지분 보유소식에 강세' '고려신용정보 김봉수 카이스트 교수 등장에 급등' '부산방직 김봉수 교수 지분확대에 급등' '세진티에스 슈퍼개미 김봉수 교수 투자소식에 급등' '김봉수 교수 이번에는 동양에스텍.' 올해만 5개 종목이 김봉수 카이스트(KAIST) 화학과 교수의 등장에 주가가 용솟음쳤다. 김 교수가 '샀다'하면 주가가 오르는 통에 업계서는 '봉수효과' 'KBS효과'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슈퍼개미'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김 교수를 21일 대전에서 만났다.


[머니몬스터]카이스트의 현인 김봉수 교수


자리에 앉자마자 투자 철학을 물었다.


"우선 공부하세요."

우선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필립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피터린치의 '월가의 영웅들' 등 이 세 권만 읽으란다. '올림픽 경기의 금메달 선수'라고 자평하는 김 교수가 한때 사부로 모셨던 '무패 찰리'가 추천한 책이다. 무패 찰리는 필명으로 지금은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 이 바닥을 떴다지만 2000년대 초반 주식 좀 한다는 작자들 사이에서 '고수'로 통하던 인물이다. 김 교수와는 초등학교ㆍ중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투자할 종목을 선별할 때 기업과 기업가를 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기업과 기업가의 어떤 면모를 봐야 할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기업탐방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지 않겠냐는 기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워런 버핏은 탐방보다 오히려 오마하 집에 틀어박혀 기업보고서 읽는 걸 더 좋아했어요. 그가 왜 뉴욕이 아닌 오마하에 살았겠어요."


버핏처럼 김 교수 역시 기업보고서를 들춰보면서 '숨은 기업 찾기'를 즐긴다. 사업보고서에 찍힌 수치와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를 예측한다. 지금 이 기업이 벌이고 있는 사업, 기업가가 걸어온 길 등이 자료가 된다.


김 교수는 코스닥 기업을 2000여명의 잠재적 연애 후보자에 빗댔다. 실제 그는 배우자를 고를 때 14가지 기준을 정해놓고 배우자를 골랐다. 덕분에 30년 넘게 해로하고 있단다. 기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 그는 바이오 종목에는 일절 투자하지 않는다. 코스닥 시가총액 20%를 차지할 만큼 핫한 종목이 바이오 아닌가. 이유가 궁금했다.


김 교수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업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B2C(기업ㆍ소비자 거래), 특히 의식주 종목에 주목했다. 의식주 종목 같은 경우 마트에만 가도 사람들의 선호도를 짐작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김 교수가 늘 강조하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라'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저가에 매수해 장기 보유하라, 종목 전체를 보라, 아는 종목에 투자하라. 3년 이상 장기 보유하라는 점도 늘 그가 강조하는 투자원칙이다. 투자를 해보니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일정 수준 도달하는 기간이 그 정도 걸린다는 판단에서다.


첫사랑이 쉬이 잊히지 않듯 김 교수에게 첫 투자 종목도 각별하다. F&F가 그 주인공인데 "너무 싸서 샀다"고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2000원에 사서 일 년 뒤 6000원에 팔았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김 교수는 '3배 이상 수익이 나면 판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이 깨진 건 그가 찍은 종목들이 10배 이상 수익을 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메가스터디가 그랬고 조선선재는 상한가를 36번 갔지만 6번 갔을 때 팔았다. 삼광유리는 1000원에 사서 중간에 빠졌는데 8만5000원까지 갔다. 신원은 3000원에 사서 6000원에 처분했더니 덜컥 3만~4만원까지 갔다.


마음을 고쳐먹고 더 길게 봐서 재미를 본 종목이 바로 '아이에스동서'다. 6000원에 사서 8만원에 팔았으니 10배 넘게 수익을 올린 것이다. 현재 총 보유 중인 종목은 30개. 2005년 4억원으로 시작해 지난 10월21일 기준 200억여원을 벌었다.


이런 그에게도 복장 터지는 순간은 있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졌을 당시 그의 수익률 그래프는 3년 만에 '0'이 됐다.


"3년 동안 번 돈을 이때 반납했습니다. 화가 많이 났습니다."


2주 만에 회복하기는 했지만 거시변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때 톡톡히 배웠다. 수익률이 곤두박질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되새겼다. 김 교수는 스스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라고도 했다. 이게 오히려 변동성 큰 주식시장에서 다수에 휩쓸리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