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째 최고가 공동주택, 살짝 들여다보니…
트라움하우스5차 273.6㎡ 61억대
핵공격에도 2개월 버틸 방공호 갖춰
이건희 회장 등 고위인사들 소유
집도 집주인도 거래 자체가 극비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방문 최소 하루 전 방문 목적과 동ㆍ호수를 대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곳. 핵 공격에도 200여명이 2개월을 버틸 수 있는 방호시설까지 갖춘 곳. 군사시설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주택, 최소 기업체 회장 정도의 재력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서울 서초동의 '트라움하우스'가 그런 곳이다.
"트라움하우스는 물건 자체가 거의 없어요. 워낙 고가인 데다 매도자도 매수자도 모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고위 인사라 거래 자체가 비밀리에 이뤄져요. 집도, 집주인도 특급 비밀인 셈이죠." (고가주택 전문 G공인중개업체 박모 팀장)
독일어로 '꿈의 집'을 뜻하는 트라움하우스는 10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이다. 이 중 가장 최근에 공급된 트라움하우스5차 전용면적 273.6㎡의 공시가격은 61억1200만원으로 올해 공동주택 중 가장 비쌌다. 연립주택 가격을 첫 공시한 2006년 이후 10년 연속 최고가다. 지난해(57억6800만원)보다 3억4400만원이 뛰었다. 2위도 역시 같은 브랜드. 273.8㎡ 규모의 트라움하우스3차가 43억52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주택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김근수 퍼스텍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강덕수 전 STX회장, 오상훈 대화제지 회장 등이 소유해 유명세를 탔다.
트라움하우스는 1차부터 2ㆍ3ㆍ5차까지 1993년부터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공급됐다. 4차는 없다. 마치 고급 건물에 4층 표시가 없듯이. 주택은 각각 16~19가구 규모로 최소 전용 220㎡ 이상의 초대형 복층설계가 적용됐다. 트라움하우스5차는 3개동 18가구 규모로 2003년 준공돼 273.64㎡의 경우 방은 6개, 욕실은 3개다.
박 팀장에 따르면 트라움하우스3차는 입구부터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작동한다. 걸어서 아파트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지하 3층 주차장 한 곳뿐. 여기에는 입구부터 보안요원이 24시간 상주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주차장에는 가구당 6대를 주차할 수 있다. 지하 3층은 외부 차량 전용 주차장으로 가구마다 2대를 세울 수 있다. 지하 1~2층은 입주민 전용 주차장이다. 보안을 위해 입주민과 방문객의 주차장을 구분한 것이다.
내부는 최고급 아파트답게 고급 자재들로 마감됐다. 거실엔 커다란 샹들리에가 달려 있고 주방 가구들도 수입 대리석 제품이라고 한다. 메인 욕실에는 월풀과 개인 사우나 시설이 설치돼 있고 안방에서 내부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작은 다락방도 나온다.
또 하나의 특징은 방공호다. 박 팀장은 "보안상의 이유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듣기에는 15㎝ 두께의 방화문 2개로 막힌 입구가 지하 3층에 있는데 냉장고와 간단한 조리 시설, 3층 침대 형식의 간이침대, TV, 간이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핵 공격에 대비한 자체 공기정화 시설도 있다. 진도 7의 강진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설계 기법이 적용됐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거래는 극히 적다. 박 팀장은 "보통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살 사람을 데리고 와 계약서를 쓰거나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고객들을 소개시켜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호가도 들쭉날쭉하다. 3차 전용면적 265㎡의 경우 호가가 최저 37억원에서 최고 58억원 수준. 5차 244㎡는 65억원. 이보다 더 큰 273㎡는 80억~100억원에 나와 있다. 말 그대로 호가로 2008년 이후 거래된 사례가 없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거래된 5차의 경우 2008년 6월 전용면적 273㎡가 120억7550만원, 7월엔 95억원에 팔렸다.
지난 8월에 경매가 진행된 3차는 최초 매각기일로부터 3번의 유찰 끝에 전용면적 273㎡ 한 채가 42억100만원에 낙찰됐다. 당시 강 전 STX그룹 회장 소유의 자택이 감정가 64%에 낙찰된 탓에 '반값 낙찰'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올해 공시주택가격 기준 상위 10곳 중 9곳은 서울에 몰려 있었다. 또 트라움하우스에 이어 공시주택가격 기준 40억원이 넘는 주택은 전국에 7곳. 강남구 청담동의 상지리츠빌카일룸3차는 43억2800만원.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의 경우는 41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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