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내년 4월 경매 앞두고 무관심 일관…가격 낮추기 '작전' 의혹도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내년 4월 정부의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후보 대역중 하나인 700메가헤르쯔(㎒)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 지상파방송사와 통신 업계가 서로 차지하겠다며 기 싸움을 벌이던 상황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22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4월 주파수 경매에서 700㎒대역 40㎒폭(상향 728~748㎒ㆍ하향783~803㎒)에 대해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 7월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워회를 열고 지상파 채널 5개에 6㎒폭씩 총 30㎒폭을 주고, 40㎒폭은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내용의 '700㎒대역 주파수 분배안'을 심의ㆍ확정한 바 있다. 당시 통신용으로 분배한 40㎒폭을 내년 4월에 경매로 내놓아 주인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700㎒ 대역의 여유 주파수에 대해 올해 상반기 지상파방송사들은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통신 업계에서는 통신용으로 분배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통신 업계는 세계적인 추세와 급격히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의 양을 감안해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00㎒ 주파수는 저주파수 대역으로 회절율이 좋고 전파 도달거리가 길어 '황금주파수'라는 말도 나왔다.
700㎒ 주파수 대역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KT와 SK텔레콤이다. 두 사업자는 최근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700㎒를 통신용으로 할당받으면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경매로 나오는 대역은 작년에 재난통신용으로 할당된 대역과 맞붙어있다.
재난망 사업자들이 700㎒ 대역에서 주파수를 확보할 경우 재난망에 사용하는 장비와 동일한 통신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재난망 및 일반 통신용 장비를 한꺼번에 구매하면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양사는 700㎒ 대역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2.1㎓ 대역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여론전을 펼쳤던 것과는 정반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700㎒ 대역중 상향 주파수의 일부가 무선 마이크와 겹쳐 주파수 혼선이 발생할 수 있으며 700㎒ 대역은 LTE용으로 개발이 덜 돼 있다"고 말했다.
KT는 "아직 어느 대역의 경매에 참여할지를 정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같은 무관심에 대해 일종의 '작전'으로 보고 있다. 미래부가 책정하는 경매 대가 초기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700㎒ 주파수 배분에 어려움을 겪었던 미래부 입장에서는 다른 대역보다 이 대역의 경매가 흥행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통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 경매가를 낮춰 참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700㎒ 대역에서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면 재난망(PS-LTE)은 물론 철도통합무선망(LTE-R), 초고속해상무선통신망(LTE-M) 등 700㎒를 이용하는 각종 공공 서비스의 백업망(장애가 발생할 경우 대비하거나 음영 지역을 보완하기 위한 통신망)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재난망 수주 사업에 참여했던 통신장비 업계 전문가는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는 기술이나 서비스의 공동이용이 매우 유리하다"며 "재난망 수주 과정에서 통신사들이 700㎒ 주파수가 다양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경매에 들어가면 이 대역에서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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