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스 그 후]'희망사항'을 '팩트'로 착각한 장관

시계아이콘01분 5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 그 후]'희망사항'을 '팩트'로 착각한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AD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팩트'와 '주장'을 분리하라"는 말은 기자들이 초년병때 많이 듣는 금언이다. 취재 과정에서 사실 관계에 섞여 든 주장을 잘 구분해 골라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다. 이는 사실 기업ㆍ정부 등 모든 의사 결정자들에게도 해당된다. 희망사항, 주장을 팩트로 착각해서 의사 결정을 했다간 신문사는 오보를 내고, 기업은 부도 난다. 나라는 다시 제2의 IMF사태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주 '팩트'를 언급했다가 화제가 한 장관이 있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4일 대학생들과 '청년 타운홀 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였다. 그는 대학생들이 정부의'노동개혁' 정책을 비판하자 "팩트가 다른 말을 하면 안 된다. 사실 관계는 명확하게 하자"고 면박을 준 후 일일이 반박을 가했다. 이 장관은 토론회 말미에 명함을 돌리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 장관은 곧바로 한 언론 보도에 의해 통렬한 반격을 당했다. 그가 '팩트'라고 주장한 상당부분의 것들이 결국은 '희망사항'이라고 꼬집는 언론 보도가 뒤따른 것이다. 주인공은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 이 뉴스 프로그램은 다음 날 저녁 이 장관이 주장한 '팩트'를 검증해 기사를 내보냈다.

뉴스룸은 현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청년 일자리를 늘려줄 것이라는 이 장관의 주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은 지난 5월 노사정 합의 이후 기업들이 채용을 늘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JTBC는 올 하반기 대기업들이 내놓은 채용계획은 대부분 인턴채용이나 직업교육, 창업 지원에 집중돼 있으며, 최근 경총에서 조사한 결과 대기업들 대부분이 내년도 채용을 줄이거나 올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고 반박했다.


'임금피크제'로 청년과 장년이 상생할 것이라는 주장에서도 다양한 견해를 제시해 반박했다.


우선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박사의 말을 인용해 반론을 제기했다. 김 박사는 "민간부분은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다. 현재 대기업들 같은 경우 돈이 없어서 (채용을)안 하는 게 아니라 경기 환경이 불확실해서 다들 눈치를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로 인건비가 줄었으니까 그 돈을 가지고 청년을 고용할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정 합의문' 상 청년 고용 창출이 '하도록 노력한다'는 임의조항인 점, ▲국회 입법조사처와 방하남 전 장관이 각각 올해 초와 노동연구원 시절 '임금피크제=청년고용창출'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의문을 표시하는 분석 자료를 낸 것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뉴스룸은 이 장관에게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건 이 장관 표현대로 '팩트'라기보다 정부의 바람, 의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이 대학생들에게 11월14일 민중총궐기 참여자가 대부분 정규직이었다고 말한 것도 '정확한 사실 확인이 없이 발언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사실 확인을 해보니 당시 집회에는 플랜트 비정규직 1900명, 학교비정규직 1만5000명, 대형마트 비정규직 1000명, 현대제철ㆍ인천공항ㆍ한국지엠 등 상당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뉴스룸은 마지막으로 이 장관의 "공부하는 학생들이니까 팩트는 정확히 보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비판해달라"고 당부한 것을 언급하면서 "비단 공부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정부 역시 희망사항과 팩트는 정확히 구별하면서 정책이 추진돼야 하겠다"라고 꼬집었다.


이 장관이 주장한 '팩트'는 몇가지 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ㆍ국회를 마비시킨 노동 입법의 논리적 근거로 사용됐다. 정부의 우리 경제 미래 계획ㆍ설계에 이론적 뒷받침이 됐다. 특히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헬조선ㆍ흙수저 등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로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들이다.


이 장관과 정부, 정치권,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언론들도 반드시 철저히 분석ㆍ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었다. 이번 JTBC의 뉴스는 정치권의 논쟁이라는 이유로 강 건너 불구경하거나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따옴표'ㆍ'발표' 저널리즘만 난무하는 요즘, 제대로 된 팩트 검증 보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 '가뭄의 단비'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