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력만으론 세계 교역량 감소 극복 어려웠다..제대증 받았지만 제대 못한 말년병장 심정"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당으로 복귀하기에 앞서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 후반이 됐을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했다"고 지난 1년5개월의 소회를 전했다.
최 부총리는 10일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수출이 올해 성장률을 약 1% 까먹게 생겼다"면서 "전 세계적인 교역량 감소를 우리 스스로의 (경제 활성화) 노력 만으론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소비 개선세에도 수출 부진이 생산·투자의 발목을 잡으며 저성장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제시한 3.0%에서 2.6%로 0.4%포인트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3.1%에서 3.0%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 파고를 넘기 위해 '지도에 없던 길을 가겠다'고 한 뒤 안 해본 게 없다"며 "특히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며 전천후 소방수 역할을 요구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최 부총리 한마디에 금융 정책과 부동산 정책, 금리가 움직였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 후 재정 보강으로 46조원을 썼고 올해 확장 재정으로 8조8000억원, 추가경정예산 및 재정 보강으로 21조7000억원을 더 쏟아부었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정부의 공공·교육·금융·노동 등 4대 부문 개혁에도 앞장서며 '실세 부총리'로서 바쁘게 뛰었다.
그러나 성장률 등 주요 지표가 보여주듯 경제는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내수 부양책으로 지난 3분기 성장률을 6분기 만에 1%대로 끌어올렸지만, 더 이상의 성장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돌파하고 수출은 11개월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교수 등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를 '미증유의 위기'라고까지 진단하는 데 대해선 "과장 된 것"이라고 최 부총리는 잘라 말했다. 이어 "아주 객관적으로 보면 선방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증유의 위기라면 세계에 그렇지 않은 나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후임 부총리 인사와 관련해 "훌륭한 분이 오지 않겠느냐"며 "지금 제대증을 받았지만 제대를 못하고 있는 말년 병장 같은 심정"이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건배사로 '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는 대한민국 경제'라는 의미로 "원더풀"을 외쳤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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