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2억 순매수, 외국인 매도 방어
▶LG화학 등 업종별 주도주 쓸어담아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코스피가 2000선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랠리를 이어가자 연기금이 또 다시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삼성전자, LG화학, 아모레퍼시픽 등 업종별 주도주를 쓸어담으며 외국인 매도에 의한 지수 하락을 방어하고 나섰다.
4일 새벽 단행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확대 결정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연말 증시가 박스권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기금의 구원투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3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총 823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연기금이 올 들어 13거래일 이상 '사자' 기조를 유지한 것은 지난 5월20일부터 6월11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이후 두 번째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조627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기금이 주로 주워담고 있는 종목은 업종별 주도주다. 오는 1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시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여 비교적 안정적인 종목에 보수적 베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연기금은 삼성전자(1153억원)에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LG화학(647억원), 아모레퍼시픽(583억원), 한미약품(517억원), SK이노베이션(511억원), 삼성물산(478억원), NAVER(430억원) 등의 순으로 순매수액이 컸다. 반면 BNK금융지주(500억원), 삼성생명(322억원), 신한지주(159억원), 현대해상(116억원), 우리은행(86억원), KB금융(80억원) 등 금융주는 팔았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으로 연기금의 수급 여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기금은 2000년 이후 두 차례(2006년 182억원 순매도, 2009년 373억원 순매도)를 제외한 모든 해 12월에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했다"면서 "2000년 이후 평균 순매수 규모는 4816억원이며, 최근 5년 평균은 9233억원으로 연기금 매수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스피 박스권 탈출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ECB는 예금금리를 현행 -0.2%에서 -0.3%로 10bp 인하하고, 양적완화 최소 실시 기간을 2016년 9월에서 2017년 3월로 6개월 연장했으며, 양적완화 편입 대상 자산에 지방채를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 조치라는 평가를 내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ECB가 예상대로 추가 완화 정책은 실시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월간 자산 매입 규모 확대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에 유럽 주요국 증시는 독일과 프랑스가 3% 이상 하락하는 등 실망이 가득했다"고 평가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를 충족하기에 ECB의 정책 결정이 미흡했다"며 "ECB의 유동성이 내년 상반기 증시의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번 결과를 놓고 봤을 땐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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