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총칙 수정…노동개혁 후속조치에 예비비 투입 가능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관련 사항이 명시됐다. 노동개혁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아직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발효될 때를 대비해 미리 예산에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내년도 예산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예산총칙 개정을 통해 일반회계 예비비로 편성한 1조6000억원의 사용처에 '노동시장 구조개혁 후속조치'를 추가했다. 예비비 목적에는 현재 재해대책과 인건비, 환율변동에 따른 원화부족액 보전, 재난안전통신망 구축ㆍ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여당이 예산에 노동개혁을 명시한 것은 노동개혁법안이 통과될 경우 예산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동개혁 법안 가운데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산재보험법은 산업재해 범위를 출퇴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예산심사 과정에서 노동개혁 관련 사안을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데, 야당은 불가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법안 처리가 아예 무산될지 모른다는 정부와 여당의 우려가 작용하면서 압박은 더욱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예산안 법정시한이 임박하자 예산총칙에 '노동개혁 후속조치'라는 문구 삽입을 강행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노동개혁 후속조치는 예산 논의 과정에서 없었다가 법정시한인 2일 새벽에 문구가 추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도 예산 통과 직후 "예비비 목적에 노동개혁 관련 문구가 들어간 줄 몰랐다"면서 "정부에서 느닷없이 포함한 것"이라며 밝혔다.
노동개혁 예산 근거를 마련한 정부여당은 야당에 법안 심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문에 보면 '노동개혁법안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고 돼 있다"면서 "상임위는 합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말이 지나면 총선정국으로 넘어가 노사정 대타협문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면서 연내 처리를 강조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노동개혁을 막는 세력은 반개혁세력"이라며 야당에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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