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신기남 의원이 로스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아들을 졸업시키려고 했다는 이른바 신기남 스캔들은 국회의원 개인의 일탈로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현행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도 짚어볼 사안이다. 로스쿨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계기로도 볼 수 있다.
신 의원의 아들은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낙방한 바 있다. 이 와중에 법무부는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사시와 로스쿨을 둘러싼 법조계 인력양성의 구조적인 면을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로 거슬러 가보자. 각종 로스쿨생들의 온라인 사이트에는 로스쿨의 의도적 졸업생 줄이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 왔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로스쿨들이 졸업시험 통과율을 낮추고 있다는 주장들이었다. 평판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로스쿨로서는 아예 시험을 못 치게 하게 해 응시인원을 줄이는 게 합격률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 아니냐는 얘기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2012년 87%에서 2015년 61%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로스쿨의 미래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금수저'로 불리는 사회 지도층 인사의 각종 청탁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국회의원의 잘못된 자식 사랑 표현법은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빅데이터 분석사이트 '펄스케이' 분석을 보면 신 의원의 청탁 의혹이 불거진 후 일주일간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 온라인 언급 건수는 3566건, 하루 평균 509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2일부터 2일까지 92일간 하루 평균 부정적 온라인 언급 건수 89건의 5.7배에 달하는 수치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 의원이 법조인 출신이어서 더욱 그런 듯하다. 변호사협회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사석에서 "마이너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습사회가 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딸을 낳은 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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