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한다는 기준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 같은 기준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대부분의 기후학자들이 온실 가스 배출이 지구 온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지만 어느 수준이 임계치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언급했다.
영국 런던대학(UCL)의 마크 마슬린 기후학 교수는 "(이러한 기준은) 정치적 어젠다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과학적 분석의 결과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마슬린 교수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은 현명한 목표도 합리적인 목표도 아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데이비드 빅터 국제관계학 교수와 찰스 켄넬 해양연구소 교수는 지난 2014년 영국 과학 잡지 네이처에 '2도 기준'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두 교수는 추가적인 열 93% 이상은 대기가 아닌 해양에 흡수된다고 지적하며 이 이론이 과학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빅터 교수는 "'2도 기준'은 더 이상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며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우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기온 상승이 2도 미만으로 제한되는 시나리오는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언급했다.
WSJ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 목표를 지지하는 것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지구 온난화 대책의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준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2도'라는 정성적 수치는 1977년 미국 예일대학의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교수의 계산은 제대로 된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의 뚜렷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의의를 가진다.
'2도 기준'을 설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한스 조아킴 쉘은후버 소장은 1994년 당시 독일 환경부 장관이자 기후 담당 수석 고문을 맡았다. 쉘른후버 소장은 "나는 2도 기준에 대해 '용인 범위(tolerable window) 접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년 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설득해 이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받아냈다.
이후 이 같은 이론을 지지하는 분석이 이어졌다. 2003년의 발표된 논문에서는 "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잠재적으로 종(種)이 사라지거나 생태계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아, 물 부족과 사회 경제적 피해의 위험이 크게 상승하고 특히 개발 도상국에서 심각할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쉘은후버 박사는 '2도 기준'이 도달 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한다. 쉘은후버 박사는 "파리 회의를 앞두고 각국이 서약한 배출 삭감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면 예상보다 최소 1도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본다"며 "'2도 기준'은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