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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 주식 답답하면 이민식 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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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칼럼]"한국 주식 답답하면 이민식 투자를"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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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TV]"이 나라 떠나서 확 이민이나 가버릴까?"


사람들이 시국이 어수선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홧김에 내뱉는 대표적인 말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들 학교도 옮겨야 하고 익숙한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민은 술자리에서 사회에 대한 나의 분노를 표현할 뿐, 공염불에 그치고 마는 슬픈 단어다.

최근 몇 년 간 지리하게 이어져온 박스피(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혀있다는 의미)는 전반적인 한국 산업의 어두운 전망과 더불어 투자자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필자는 한국 시장에서 종목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 투자자들에게 불평은 접어두고 과감하게 이민갈 것을 권하고 싶다. 이민식 투자, 즉 해외투자를 뜻한다.


해외투자는 몸이 옮겨갈 필요 없이 지식과 돈만 있으면 한국에 앉아서도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민보다 좀더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저성장에 접어든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고성장 기업을 만날 수 있으니, 좀더 나은 장기성과를 추구하는 주식투자자라면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해외투자가 잘못 이뤄지는 바람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점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현지의 개별기업을 면밀히 분석해 투자하는 방법이 아니라 '국가찍기식 투자'가 반복되며 중국펀드, 베트남펀드, 브라질채권과 같은 아픈 흑역사를 쓴 탓이다. 시장의 고점에서 유행에 휩쓸려 투자했으니 어찌 결과가 좋았겠는가.


필자는 지난 2007년 일본 기업 투자를 시작해 현재는 아시아 지역에 주로 투자 중이다. 지난 8년간 세 가지 생각을 갖고 해외투자를 해 왔다.


첫째, 한국에만 투자할 때는 1900개라는 제한된 숫자의 상장기업 중에서 골라야 하지만 해외로 범위를 넓히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어 싸고 좋은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물론 개별기업을 일일이 분석해야 한다는 수고가 따른다. 실제로 필자는 해외기업들을 직접 탐방하고 있다.


둘째, 이해가 용이한 지역과 업종을 우선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밖으로 나가 투자를 할 땐 무지가 가장 큰 리스크다. 예컨대 브라질은 우리와 문화나 풍토가 무척 다른 곳이니 남미보단 한국과 인접한 아시아 기업들에 투자할 때 틀릴 확률이 덜할 것이다. 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B2B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셋째, 국내와 비교해 우위가 있는 해외 종목을 찾겠다는 각오를 한다. 사실 국내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굳이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 같은 유형의 국내 종목보다 성장성이 더 빠르다든지, 비즈니스 매력도 대비 가격이 싸다든지 하는 차별점이 있는 종목을 발견할 때 해외투자를 한다는 보람을 더 느끼게 된다.


실제 중국의 인터넷기업, 동남아의 유통기업 등을 보다 보면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로 성장이 정체된 국내 업체들에서 찾기 힘든 시원시원한 면모를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이 해외 종목 발굴의 매력이다.


요즘은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소위 어닝시즌으로 펀드매니저로서 가장 바쁜 기간에 해당한다. 게다가 해외투자를 병행하고 있으니 실적을 챙겨봐야 하는 기업들의 숫자가 국내에만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들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칼럼을 쓰고 있는 동안 필자가 투자하고 있는 중국 1위 렌터카업체의 실적이 발표됐다.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70% 증가했고 핵심이익은 무려 160%가 늘었음을 확인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비교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숫자가 아닌가? 게다가 중국 사람들이 렌터카를 더 많이 이용하는 상상을 하면 주주로서 기분이 무척 흐뭇하다. 한국의 다른 투자자들도 '이민식 투자'를 통해 필자와 같은 희열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wallstreet@vipasset.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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