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된 활동지침뿐…국회 계류 관련법안 회기내 처리 힘들듯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해 세계를 경악하게 했지만 현재 정부 차원의 테러 대응 관련법이나 규정은 여전히 33년 전 마련된 '국가대테러 활동지침' 훈령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침으로는 사이버 테러 등 신종 테러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훈령이어서 국가 차원의 대응에 한계가 있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 잠자고 있는 테러방지법안들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야당은 민간인 사찰 등 인권 침해 가능성과 국정원의 비정상적인 권한 강화를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19대 국회 회기 중 처리여부는 불확실하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테러 방지 법안은 현재 5개이다. ▲테러예방ㆍ대응법(이노근 의원)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병석 의원) ▲사이버위협정보 공유에 관한 법(이철우 의원) ▲국가사이버테러방지법(서상기 의원)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기본법(송영근 의원) 등으로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하나의 안으로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법안의 핵심은 우선 대테러 활동에 관한 정책의 중요사항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해 현재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테러대책회의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시키고 국정원장 주재의 테러통합대응센터를 구성하는 것이다. 범정부 대테러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사전 예방에 나서자는 취지다.
테러통합대응센터는 테러 우려 인물로 판단되면 출입국 규제와 외환거래 정지, 통신이용 관련 정보 수집을 가능하도록 해 테러의 위험을 사전 차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아울러 국정원장이 사이버 위기관리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사이버 테러에 대해 감시할 수 있는 권한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은 대테러와 관련해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종합 대응 체계를 만들고 종합적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우리나라는 1982년 만든 대통령 훈령이 현재 테러와 관련한 규정의 전부여서 국내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며 "대테러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관계 부처 간 긴밀한 정보공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계류 중인 테러방지 관련법을 마련해 테러 가능성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인권 침해와 '국정원의 비대화'를 염려해 논의조차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관련법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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