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국 생산 늘며 무역량 급감
터키가 수출국 1위로…"中 의존 줄이고 활로 다변화해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그 대상으로 지목한 TPA(고순도 테레프탈산)의 최대 수출국이 20년 만에 중국에서 터키로 바뀔 전망이다.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중국 수출에 의존하며 TPA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이젠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1~9월 누적기준 TPA 수출 1위국은 터키다. 국내 석화업체들은 올 9월까지 총 32만1426톤을 터키에 팔았다. 2위는 중국으로 27만1645톤을 기록했다. TPA는 파라자일렌(PX)을 원료로 생산하는 순백색 분말 형태의 제품이다. 폴리에스터섬유와 페트(PET), 필름 등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TPA 터키 수출량이 중국을 앞지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중국은 1995년부터 매년 전체 수출량의 80~90%를 차지한 최대 수출국이었다. 지난해 역시 터키 수출량은 24만1922톤, 중국이 67만4355만톤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올해 역전되며 20년 만에 중국이 최대 수출국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현상은 터키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기 보단 중국 수출량이 급감한 영향 때문이다. 중국은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TPA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TPA 생산규모는 지난해 말 4320만톤에서 올 6월 기준 4650만톤까지 확대된 상태다.
상대적으로 한국산 TPA 수입은 줄었다. 대(對)중국 수출은 2012년 이후 해마다 반토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 302만톤에 이르렀던 중국 수출량은 2012년 267만톤으로 줄었고 201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74만톤, 67만톤으로 쪼그라들었다. 총 수출량도 2010년 365만톤에서 지난해 267만톤, 올해는 9월 현재 182만톤까지 주저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을 갑자기 늘리면서 현지에서 파산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며 "중국 수출은 더이상 힘들어졌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업 자체의 판로 개척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어 "중국 수출이 어려워진 만큼 국내 업체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국을 다변화해가고 있다"면서도 "예년의 호황을 누리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석화업계가 범용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수익 구조를 바꾸거나 석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진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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