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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는 한국판 사무라이였다?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

[이명재 논설위원의 책 다시 보기] 신간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 -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 통치’는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의 역사란 “세 개의 혁명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싸워 온 것”에 다름 아니라고 말한다. 즉 김일성, 박정희, 김대중, 이 세 ‘영웅’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혁명, 근대화 혁명, 민주주의 혁명이 그것이며, 세 사람은 이념에서도 정치적 지지지역에서도 1500년 전 삼국시대처럼 한반도를 3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3국지’인 것인데, 이 3국지라는 지형을 통해 저자는 한반도 현대 정치사를 분석하고 평가하려 했다.


그러므로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싶었던 것은 한반도의 현대사를 보는 새로운 프레임이랄 수 있다. 한반도 현대 정치사에 대한 새로운 틀, 3국지라는 틀을 통해서 새로운 해석과 전망을 끄집어 낼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해 보고자 이 책을 쓰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한 더욱 본질적인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얘기해주는 것은 제목의 ‘유훈(遺訓) 통치’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하면 세 사람이 세상을 떠난 현재까지도 한반도는 세 개의 혁명을 이끌었던 세 명의 정치적 리더의 ‘유훈 통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즉 세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과거사는 결코 과거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실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대안 세력은 누구이며, 어떤 비전과 전망 그리고 전략이 필요한가에 대한 실마리가 이 ‘신판 3국지 프레임’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 대안과 희망의 단서나마 제시하고 싶었던 것에 저자의 강력한 집필 동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집필 동기는 저자의 남다른 이력과 겹치면서 이 책의 의의를 설명해준다. 저자 이충렬은 대학 시절 반유신 시위 주동으로 무기정학을 받은 이래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을 거쳐 정치에도 참여했다. 현실에 뛰어들어 역사를 새롭게 써 보려 나름 갖은 애를 썼지만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그는 “당대에 대한 미련을 접고 귀촌”했다고 한다. 이제 치열한 현실로부터 물러나 있는 저자는 “내가 살았던 시대를 되돌아보고 후대에 그 기록을 전하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서문에서 E.H. 카의 말을 빌어 밝힌 것처럼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를 해 보고 싶어서였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자신이 살아온 한국 현대사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고 그 의미를 파헤쳐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말하자면 일종의 자서전인 셈이다. 그리고 그건 저자 개인의 자서전인 것을 넘어서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많은 이들의 자서전이며 한 시대에 대한 증언이기도 한 것이다. 이를 테면 ‘단 하나의 역사로서의 역사’가 아닌 ‘또 하나의 역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역사’를 통해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재의 의미가 결정되며, 결국 내일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가 분명해질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역사’가 왜 중요한지를,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는 게 왜 현재를, 또 미래를 결정하는지를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김일성, 김대중, 박정희에 대해 ‘인민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결국 ‘수령의 왕조’를 만들고 만 인물, 민주주의 혁명의 중심에 서서 일생을 살아 온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 일본 무사 계급에 영향을 받은 ‘정통 사무라이’로서 한국판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리더라고 각각 규정한다. 이 같은 세 사람의 성취와 한계, 이상과 좌절은 곧 한국 현대사의 명암이다. 그리고, 그 빛과 그림자는 현재의 한국의 현실에 길게 드리워져 있다. 그렇다면 세 사람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 어떤 것을 청산하고 어떤 것을 이어받을 것인지, 단순한 연속을 넘어 어떻게 더욱 전진시킬 것인지가 그들의 후예들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앞선 시대의 선구자들, 지도자들을 역사의 한 자산으로 삼는 것은 그들을 화석화하고 숭배하는 데에 있지 않을 것이다. 남과 북을 막론하고 한반도가 과연 앞날을 활짝 열어나가느냐의 한 해답도 그 계승과 단절의 성패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살불살부(殺佛殺父)’의 교훈은 불가의 화두로만, 혹은 고대 신화 속 낡은 이야기로만이 아닌 한 사회의 순행(順行)을 위한 한 정언(定言)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이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이 더욱 이에 주목하게 만든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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