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말은 주식투자의 기본 원칙 중 하나다. 전쟁에서도 이미 승패가 가려진 전선에 쓸데없이 전력을 축차 투입하는 것은 금기 중 하나다.
그러나 이는 무작정 분산하면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전력이든 자산이든 분산전략은 매우 치밀하게 계산되고 준비된 상태에서만 행해야한다. 당장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분산투자했다가는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에서 분산투자의 위험을 확실히 보여준 전투는 유비의 몰락을 재촉했던 이릉(夷陵)전투다. 서기 221년 촉한의 황제가 된 유비는 의형제인 관우와 장비의 죽음에 복수를 다짐하고 손권의 오나라로 75만 대군을 이끌고 진격한다. 이에 오나라 총사령관이 된 육손(陸遜)은 결전을 회피하고 방어전략으로 임하다가 이듬해 여름, 촉군의 기세가 꺾이자 화공(火攻)을 펼쳐 촉군 대부분을 대파하고 승전을 거뒀다.
여기까지가 흔히 삼국지를 통해 알려진 이릉전투의 경과다. 육손의 절묘한 화공으로 이긴 전투로만 그려져있지만 실제 유비의 패배 원인은 그의 지나친 자만심과 잘못된 전력 분산전략에 있다. 유비의 분산전략은 이미 촉나라에서 출병할 때부터 한참 잘못돼있었다.
유비는 재빨리 형주를 통과, 오나라로 진격한다는 명목으로 수군과 육군을 동시 운용했다. 그러나 유비는 내륙지방인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탁현(?縣) 출신으로 30년 넘게 종군하면서 수군은 운용해본 적도 없는 장수였다. 그러다보니 함대는 정작 형주까지 몰고온 이후 육군과 동시운용을 할 자신이 없어 항구에 그대로 정박시켰고 육군만 따로 운용했다. 쓸데없이 수군 전력만 낭비된 셈이다.
이후 육손이 전선을 길게 펼치고 각 요충지마다 방어에 나서자 육손의 전략에 그대로 맞대응하며 전력을 크게 분산시켜, 700리에 걸쳐 진을 펼쳤다. 이는 당시 병법에서 금기중의 금기로 적군을 유인하기 위한 별도의 계략없이는 절대로 해선 안될 전략이었다. 지금처럼 통신기기가 발달한 시대도 아닌만큼 전력을 별다른 전략없이 그냥 분산시켰을 경우 각 군이 고립돼 적의 주력에게 각개격파당할 위험성이 매우 컸다.
육손이 처음부터 노린 것은 유비가 속전속결을 바라고 전력을 분산시킬 때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싸움을 피하는 동안 후방에서 전력을 집중시킨 육손은 분산된 유비의 각군을 격파해 대승을 거뒀고 여기에 바람방향이 때마침 화공에 적절해 전력을 더욱 키웠다.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유비의 꿈이 끝장난 것은 육손의 화공보다는 유비의 실책이 더 컸던 것이다.
증시에서도 아무 생각없는 분산은 대안 포트폴리오라기보단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다. 특히 환율변동과 미국과 중국의 정책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좀처럼 재미를 보기 힘든 현재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광범위한 분산투자의 유혹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분산투자의 경우 오히려 수익률을 가늠하기 힘들고 자신이 운용이 가능한 자산에 대해서만 분산해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구자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이 다양화되는 정도에 정비례해 수익률이 꼭 높아진다고 이해해서는 안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변동성을 최소화해 최대 수익률을 창출해내는 것이 분산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에 철저한 투자전략없이 함부로 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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