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주식투자에서 손실을 겪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 수익률에 대한 판단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투자 전에 정해놓은 원칙대로 기대 수익률을 고정하면 손실이 발생할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에 마음이 흔들려 더 큰 수익을 내려다 매매시기를 놓쳐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투에 임하기 전에 정해놓은 원칙을 어기고 좀더 큰 성과를 내려다가 패전으로 이어진 것은 전쟁에서 자주 발생했던 일이다. 삼국지 가정(街亭)전투에서 유래된 사자성어인 '읍참마속(泣斬馬謖)'은 대표적인 사례다.
서기 228년 촉한의 승상인 제갈량은 군대를 이끌고 1차 북벌에 나서 위나라의 서부지역을 공격해들어갔다. 위나라에서는 대장군인 조진(曹眞)과 장합(張?)에게 군사를 주어 주요 요충지를 막게했다. 여러 전선 중 가정은 교통의 요충지로 이곳을 선점해 지키지 못하면 전체 북벌 전략이 무너져내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거점기지였다.
제갈량은 이에 부하장수이자 병법에 능했던 마속(馬謖)을 선봉장수로 내보냈다. 마속은 가정에 도착하자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산꼭대기에 진을 쳤다가 포위당해 대패했다. 이로서 북벌은 실패했고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베었다. 이 일화가 읍참마속이라는 사자성어의 유래가 됐다.
가정전투는 보통 마속의 문제점이 부각되곤 하지만 1차적으로 원칙을 어긴 것은 제갈량이었다. 가정전투의 중요성은 제갈량 본인도 잘 알고 있었지만 선봉장수로 실전경험이 전혀없는 마속을 기용한 것은 크나큰 실책이었다. 마속은 형주에 있을 때부터 제갈량이 사사로이 제자 중 하나로 들였던 인물이었으며 역시 형주출신 명사이자 제갈량과 친분이 깊은 마량(馬良)의 아우였다. 제갈량은 자신의 계책대로 마속이 행할 경우 전투의 승리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고 같은 형주 출신의 최측근 부하인 마속이 공을 세워 조정에서 입지를 굳히길 바랬다.
그러나 제갈량이 바랬던 요행대로 마속은 움직여주질 않았다. 공명심이 매우 컸던 마속은 후속 지원부대가 오기 전에 위군을 전멸시키고 싶어했다. 산꼭대기에 올라가 진을 쳤다가 위군이 오면 아래로 진격해 섬멸할 작정으로 제갈량이 미리 세워준 전략을 무시했다. 그러나 가정을 공격한 장합은 종군한지 30년이 넘은 백전노장이자 산악전에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다. 역으로 포위당한 마속의 군대는 완전히 전멸했다.
전투경험이 전무한 측근이 대승을 거두고 돌아와 자신의 입지가 강해지길 바랬던 제갈량이나 공명심에 불타 애초 전략을 뒤엎은 마속 모두 예상보다 큰 수익을 올리려다가 역으로 낭패를 본 셈이다. 예상대로의 수익만을 거둘 심산으로 우직하게 원칙을 지켰다면 북벌의 향방은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주식시장은 전장보다 훨씬 이 원칙을 지키기 어렵다. 주가의 등락에 따라 투자자의 심리 또한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상승과 하락 폭이 일반 투자자의 심리로 감내할 수 있는 영역에만 머문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이유가 없지만 항상 문제의 발단은 폭등이나 폭락이 시작될 때"라며 "합리적 기대수익률을 넘어서 기대수익률이 '탐욕'의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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