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근혜정부 공약가계부의 재원조달 방안이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 맞지 않는 엉성한 재원마련 대책 때문에 나라살림이 구조적인 재정적자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도 예산안 분석자료 등을 통해 현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조달 계획에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다 과도한 세무조사로 오히려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비과세ㆍ감면 정비를 통한 세수 확대 방안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약가계부'를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ㆍ감면 정비, 금융소득 과세강화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8조원의 세입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비과세ㆍ감면정비를 통해 18조원,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해 27조2000억원,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통해 2조9000억원의 세수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겉보기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 방안은 일정부분 성과를 냈다. 2013년과 2014년을 합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8조2000억원의 세수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는 8조8000억원을 거둬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적표 이면에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숨어 있다. 2012년 국세청의 세무조사 추징액은 7조108억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8조2972억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건당 추징금액도 2012년 3억8900만원에서 2014년에는 4억87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기업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당 추징액 상승세는 예사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세무조사 실시는 당기 순익에 영향을 미치는 추징세액규모가 결정되기 이전부터 기업실적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세무조사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이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면, 세수 확대의 본래적 정책목표 달성을 역으로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과세ㆍ감면 정비를 통한 세입 확충 방안에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세법개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수 규모를 6조3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전체 목표 세수의 35%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정부의 비과세ㆍ감면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일몰이 돌아오더라도 대부분 이를 연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일몰 도래한 조세지출 가운데 연장이 된 금약은 97%에 이른다. 일몰을 지정해 조세지출의 시한을 정해놨다 하더라도 관성적으로 일몰 연장을 통해 비과세·감면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식이다.
예산정책처는 "현 정부의 재원대책은 공약가계부 재원조달 계획 이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으며, 공약가계부 재원조달 계획은 재원대책으로서 여러가지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적ㆍ구조적 요인으로 중장기적 재정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재정지출 가운데 상당부분은 복지부문 등의 의무지출로서, 확실한 재원대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구조적인 재정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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