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사업자 발표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현재 금융감독원과 외부평가위원회가 동시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업자 선정에서 혁신성 부문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주주적합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혁신성을 잡으면 인터넷은행이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중심이 돼 혁신적 사업모델을 해야 한다. 심사할 때 기존에 있는 은행 판도를 깰 혁신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하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평가 총점 1000점 가운데 사업계획부문에 가장 많은 700점을 배점했다. 특히 사업계획 부문 중에서도 혁신성 항목에 250점을 배치했다. 기존 은행과는 확연히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의지에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예측 가능하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 모델로 시중 은행들과 경쟁한다면 승산이 없을 뿐더러, 금융권 판세를 흔들어가며 혁신과 경쟁을 유인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철학도 무색해지고 만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독자 생존하기 어려운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혁신성에 높은 배점을 주는 것은 혁신성이야말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을 담보하는 확실한 방안이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사업 모델로 기존 은행과 차별되는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적합성 관건으로 떠올라= 금융당국은 당초 은행주주의 적합성 항목을 비중 10%, 배점 100점으로 정하면서 개별 주주가 은행 건전성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심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주주적합성 문제가 안팎으로 꾸준히 제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금융감독원은 자체 심사에서 사업자 지분구조와 주주 적격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을 충족하는 신청자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예비인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임종룡 위원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인가 과정에서 지분율 구조와 대주주 적격성 등을 관계부처 법에 따라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해외도박 루머가 불거졌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의 I뱅크도 효성가의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가 주주로 참여하는 등 주주 적격성 불씨는 잔존한다.
◆외부평가위원회가 결정적= 금융당국은 지분율 4% 미만인 산업자본에 대해서는 심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외부평가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로 꾸려지는 만큼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현재 금감원의 자체심사와 함께 외부평가위원회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금융, IT(보안), 핀테크, 법률, 회계, 리스크관리, 소비자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됐다. 금융위는 심사 과정에서 잡음을 막기 위해 금감원의 외부심사위원 선정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평가위원 심사 결과가 인가 컨소시엄 수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내년 상반기 금융위원회의 본인가 신청 후 상반기 중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예정인데 금융당국이 일정에 속도를 낼 경우 내년 3월 출범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사업자 선정을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부담이 크다"며 "정치권에서 신청한 사업자 모두에 인가를 내주라고 하지만 은행 사업권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혁신성과 주주적합성을 중심으로 면밀히 들여다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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