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신용등급 최대 100등급으로 세분화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어주고 넓혀주고 나눠주는 모바일 혁신 은행.' 카카오뱅크가 그리는 인터넷전문은행 모습이다. 고객과 금융의 연결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모바일 은행 서비스를 통해 중소상공인, 금융 소외계층, 스타트업 등 기존 은행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던 고객층에게 새로운 금융을 연결해 주겠다는 게 카카오뱅크 구상이다.
모바일 혁신을 이끌겠다는 카카오뱅크의 자신감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비롯됐다. 카카오톡의 누적 가입자 수는 1억8000만여명이다. 올 1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97.1%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평균 실행하는 횟수도 55회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카카오뱅크가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 대신 카카오를 앞세운 것도 그래서다. 카카오뱅크의 공동TF장인 이용우 한국투자금융지주 인터넷전문은행TFT 전무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카카오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카카오 이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 빅데이터 이어 만든 금융상품=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카카오뱅크가 내세우는 강점은 이어주고 넓혀주며 나눠주는 것이다. 이어준다는 것은 카카오택시 같은 '커넥팅 에브리싱(connecting everything)'과 비슷한 개념이다. 필요로 하는 사람과 그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중간에 누가 끼지 않고 플랫폼에서 연결해주는 개념이다. 은행에서도 이를 구현한다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목표다. 결제할 사람과 돈 받는 사람을 모바일에서 바로 연결된다. 특히 주주로 참여한 상거래(이베이ㆍ지마켓), 도서(예스24), 게임(넷마블), 음악 콘텐츠(로엔) 등 분야별 온라인 결제 1위 기업들의 데이터를 이은 보험 적금 등의 금융상품과 자산운용 서비스 등도 내놓을 예정이다.
◆최대 100등급으로 세분화한 신용등급 기반으로 은행 영역 확대= 넓혀주는 것은 기존 은행의 영역에서 비어 있는 곳을 채워주겠다는 의미다. 중금리 대출상품이 이에 해당된다. 카카오뱅크는 우정사업본부,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등 주주들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등급 체계를 세분화시켜 제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 전무는 "주주들이 보유한 방대한 개인정보를 분석해 기존 10등급까지로 돼 있는 신용등급 체계를 개인의 소득과 소비 행태를 세밀하게 세분화해 최대 100등급까지 나누면 서민들이 10%대의 중금리로 긴급 자금을 융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주주기업 혜택 공유한 인터넷전문은행= 나눠주는 것은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면서 생긴 비용 절감분의 상당 부분을 그 과정에 참여한 고객 등에게 나눠준다는 개념이다. 우체국 홈쇼핑이나 멜론, 예스24 등에서 쌓은 포인트를 각종 금융 서비스 수수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또 고객과 가맹점, 고객과 고객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 편의성 극대화와 함께 수수료 최소화를 실현하겠다는 게 카카오뱅크 구상이다.
텐센트 등 다국적 주주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진출 계획도 세웠다. 첫 해외 진출지는 카카오가 인도네시아의 SNS인 패스(Path)를 최근 인수했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무는 "텐센트가 현재 중국 심천에서 모바일 뱅크인 위뱅크를 운영 중"이라며 "그들의 노하우와 카카오, 한국투자금융의 기술을 접목하면 해외서도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지분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를 보유한 대주주이며 KB국민은행 10%, 카카오 10%(6%는 의결권 포기) 등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지분은 넷마블, 로엔, SGI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이베이(지마켓/옥션), 예스24, 코나아이, 텐센트 등 8개사가 각 4% 이하로 보유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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