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컨소시엄 2500억 vs 카카오·인터파크 3000억...은행법 개정안 자본금은 250억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준비하는 3개 컨소시엄의 초기 자본금이 당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보다 3배 정도 많은 3000억원 안팎으로 확인됐다. 점포가 필요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ICT(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하므로 초기 자본이 적게 들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을 깬 것이다. 3개 컨소시엄이 초기 투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사업자 선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5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KT컨소시엄은 자본금 2500억원의 K뱅크(가칭)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지난 1일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본금 1000억원보다 2.5배가 많다. 게다가 현재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의 인터넷전문은행 자본금 250억원과 비교하면 10배에 달한다. KT컨소시엄은 참여 기업의 지분에 따라 자본금을 조성할 계획인데 주요주주인 KT와 우리은행의 각각 18%, 16% 지분을 갖고 있다.
인터파크 컨소시엄도 I뱅크(가칭)의 자본금을 3000억원으로 잡았다. 현재 기준보다는 3배, 은행법 개정안보다는 12배가 더 많다. I뱅크의 설립 자본금 중 3분의 1(우선주포함)인 1000억원은 인터파크 그룹이 충당하고 나머지 2000억원은 SK텔레콤, GS홈쇼핑, BGF리테일, 기업은행, NH투자증권, 현대해상 등이 지분에 따라 분담한다. 카카오ㆍKB국민은행ㆍ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카카오 컨소시엄도 카카오뱅크(가칭)를 3000억원 정도의 자본금으로 설립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점포를 내지 않는데다 ICT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초기 자본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개 컨소시엄의 '베팅'은 예상보다 컸다. 금융권에서는 비대면 뱅킹시스템과 자동화기기, 콜센터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만 최소 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한다. 여기에 초기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3000억원 안팎의 자본금은 예상보다 많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져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며 "자금을 확보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게 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자 예비인가 심사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금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현재 1000억원보다 더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입장벽을 완화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은행법 개정안도 자본금을 250억원으로 제시했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자본금의 부담을 줄이려는 기조와 반대로 사업자들은 자본금을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 경쟁도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말 사업자가 선정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는 자본금 10%, 대주주 및 주주구성 10%, 사업계획 70% ,인력ㆍ물적설비 10% 비중으로 평가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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