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앞으로 열흘 후 '1호 대한민국 인터넷전문은행' 타이틀 쟁탈전이 시작된다. KT가 우리은행, 현대증권, 한화생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1호 쟁탈전은 사실상 4파전으로 확정됐다. 참여자들은 사업계획서 제출이 임박해지면서 컨소시엄 구성 및 지분 확정 등 막판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10월1일까지 이틀간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받는다. 이 후 진웅섭 금감원장이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항목별로 심사를 거쳐 12월중 예비인가 업체를 발표한 후 내년 상반기 중에 본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예비인가 업체 수는 평가위원회 심사결과에 따라 인가 개수는 결정되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당초 방침대로 1~2곳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평가위원회는 금융, IT(보안), 핀테크, 법률, 회계, 리스크관리, 소비자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된다.
현재까지 참여를 공식화한 컨소시엄은 KT를 포함해 다음카카오, 인터파크, 500볼트(500V) 등 총 4곳이다. 예비인가 신청일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컨소시엄이 갑자기 튀어나올 가능성은 낮다.
인터넷전문은행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등장하는 새로운 은행이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업종에서 23년만에 인가하는 인터전문은행을 통해 은행산업을 보다 경쟁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사업계획의 혁신성을 인가 심사기준의 가장 핵심으로 꼽는 것도 그래서다. 금융당국이 지난 6일 공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 및 배점분표를 보면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 700점, 자본금 규모 100점, 주주구성계획 100점,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 및 물적 설비에 100점을 각각 배정했다. 특히 심사 시 가장 배점 비중이 큰 사업계획 중 혁신성이 25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혁신성에 가장 큰 배점을 배정하면서 각 컨소시엄들도 벌써부터 혁신성을 앞세운 홍보전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SK텔레콤, IBK기업은행, NHN엔터테인먼트 등과 컨소시엄을 꾸린 인터파크는 유통ㆍ통신 플랫폼을 융합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인터파크나 GS홈쇼핑 등에서 쇼핑 후 받은 포인트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한데 모아 통신비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신개념의 사업모델을 논의 중이다. 카카오뱅크컨소시엄 역시 국민 메신저로 꼽히는 카카오톡의 고객과 국민은행의 스마트폰뱅킹 고객을 기반으로 모바일 중심의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KT컨소시엄은 KT의 통신고객 빅데이터와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 기준안을 마련, 중금리 대출 시장을 특화영역으로 삼을 방침이다. 중소기업연합체인 500V 컨소시엄은 서민과 소상공인 등 금융서비스의 외곽에 놓여있던 개인 및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예비인가 신청 전까지 컨소시엄 참여업체간 지분협의가 지속되며 최종 참여기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인터넷전문은행 초기 투자비용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는 만큼 추가 자금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져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도산하기도 했다.
김종현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비대면 풀뱅킹시스템과 자동화기기, 콜센터, 금융공동망 등 설립 초반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최소 6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기존 은행에 비해 낮은 인지도와 영업력 만회를 위한 마케팅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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