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내년 아주 낯선 싸움을 시작한다
인터넷은행이 바꿔놓을 천지개벽 3
10%대 중금리 대출시장 확대
다양한 제품들 나오며 소비자 편의성 제공
미래 신성장 동력도 창출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내년 상반기면 대한민국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연다. 이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처음 등장하는 새 은행이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업종에서 문을 여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은행들의 '헐크'가 돼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와 과당경쟁으로 되레 금융산업을 옭아맬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문을 열면 금융 소비자는 은행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기존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 금융 서비스 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시중은행을 거래하는 금융 소비자들이라면 인터넷ㆍ모바일뱅킹 서비스를 통해 불편없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 그렇다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이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 뛰어든 컨소시엄들은 한결같이 중금리 신용 대출시장의 활성화를 강조한다. 중금리 대출은 은행대출과 제2금융권ㆍ카드대출 금리의 중간지대인 10% 안팎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올들어 시중은행에 신용등급 5~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상품을 확대해줄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부실 리스크로 시중은행들이 사업 확대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7월 한국SC은행은 5~7등급 신용자에게 연 10~14% 금리로 중금리 대출 셀렉트론을 판매했지만 연체율 급등으로 3년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그렇다고 중금리대출 시장의 사업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6등급 중신용계층은 1216만명에 이른다. 부실 우려화만 낮춘다면 충분히 공략 가능한 틈새 시장인 것이다. 사업 초기 무엇보다도 고객 확보에 사력을 다해야 할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을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I뱅크는 컨소시엄 참여사의 고객 수 2억명과 사업자 수 150만개를 기반으로 신용등급 기준을 새롭게 마련, 중신용고객에 대한 대출 이자율을 기존보다 10% 가까이 낮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금리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현재 이들이 부담하고 있는 과도한 이자비용을 연간 2조5000억원 경감하겠다는 게 I뱅크의 청사진이다. KT가 주도하는 K뱅크도 빅데이터 분석 능력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을 활용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의 중금리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등 주주들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등급 체계를 세분화해 경쟁력있는 중금리 상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미래 신성장동력도 창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10%대의 경쟁력 있는 중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하면 시중은행은 물론 카드ㆍ저축은행ㆍ대부업체 등 제2 금융권의 변화도 불가피해진다. 이 과정에서 금융 소비자의 편익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지난 23년간 신규 은행 탄생이 없었다는 점을 뒤집어 보면 금융산업 내 경쟁이 그만큼 취약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제1ㆍ2금융권간 비즈니스 모델에 차별성이 거의 없었는데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할 경우 서비스와 고객군의 이동폭이 커질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은행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 혜택은 늘어나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핀테크를 활성화시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와 ICT(정보통신기술)기업, 핀테크 업체 등의 제휴를 통한 금융산업의 신성장동력 창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져올 기대 요인이다. I뱅크와 K뱅크, 카카오뱅크의 경우 핀테크 혁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오픈금융 플랫폼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기존 금융사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특화된 핀테크 기업의 혁신 서비스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래 수익원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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