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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부실 '숨은폭탄' 손자회사도 솎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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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그룹에서 개별 기업으로 '현미경' 부실 점검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LIG그룹은 2006년 건영과 2008년 한보건설을 각각 인수한 뒤 합병하면서 LIG건설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후 건설경기가 악화되자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그런데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LIG건설은 2011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기업어음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불똥은 LIG그룹으로 튀었다. 기업어음 피해보상금을 마련하기 LIG그룹은 알짜 계열사인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을 지난 3월 KB금융에 넘겨야 했다. 계열사 부실이 그룹을 뒤흔든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계열사 부실이 그룹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부실 폭탄' 솎아내기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그룹의 재무 상황을 그룹 전체적으로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계열사마다 별개로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재무 상태가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만큼 부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달부터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체 평가'를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그룹 전체가 아닌, 그룹 내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재무 상황을 개별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주채무계열은 금융권 전체 대출 중 신용 공여액이 0.1% 이상을 차지해 특별 관리가 필요한 대기업 그룹을 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17개 국내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만나 그룹 내 자회사, 손자회사의 개별 부실을 살피기로 했다"며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부채비율, 신용공여액, 현금흐름, 매출액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비율 등을 평가 기준으로 마련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조기 경보제 시스템을 통해 그룹 계열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차단해왔다. 특정 계열사의 자금 흐름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 대응에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상시적으로 계열사들의 재무 상태를 알아볼 방법이 없어 그룹 전체 재무 구조에 큰 문제가 없으면 부실폭탄을 사전에 솎아내기가 어려웠다. 나중에 폭탄이 터지고 그룹이 휘청거리고 나서야 사후적으로 원인 분석이 가능했을 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제 위기는 썩은 사과 하나로부터 전염되는데 이번 평가는 부실 위험을 안고 있는 계열사를 사전에 찾아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작은 부실이 큰 부실이 되고 결국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상시 평가로 인한 부작용도 최소화했다. 우량 계열사들은 평가에서 제외한 것이다. 부채비율 150% 미만, 재무구조 평가 점수 70점 이상, 계열 핵심 기업의 자산 비중 80% 이상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 금융권 신용여신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른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며 "여기에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체 평가를 더해 기업 구조조정이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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