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미 GSMA CSO 인터뷰…이통사 매출 감소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이통사가 망 사용료 받을 수 있게 명시한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사례 본받아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양현미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CSO(최고전략책임자)는 9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국내 이동통사들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지 못하면 신규 투자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정부가 이통사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요금체계가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바뀐 요금체계는 이통사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국내 이통 3사의 올해 3분기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선택약정요금할인 및 데이터 중심 요금제 등이 이통 3사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가계통신비 절감만큼 이통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도 중요하다"며 "이 둘 간의 균형이 안 맞으면 기업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통사의 실적 악화는 향후 좋은 품질의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요인이 된다는 의미다.
양 CSO는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서 발표한 '망 중립성 규약'을 들었다.
이 규약의 핵심은 인터넷 사업자들의 '특정 서비스'에 한해서 데이터 사용료를 물릴 수 있도록 한 것. 이는 네트워크 사용량이 많아 망 부하를 일으킬 경우 서비스에 차등을 둬야한다는 의미다.
실제 유럽 이통사들은 앞으로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 대가를 받을 수 있다.
EC는 '제로 레이팅(zero rating)' 상품도 허용했다. 이 제도는 특정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용자들에게 데이터 요금을 안 물리는 대신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통사에게 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배경으로 이통사와 인터넷 사업자 간 제휴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
양 CSO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50개 기업이 EC에 항의서한을 보낼 정도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이 규약에 불평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OTT(over-the-top) 기업인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이 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확충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양 CSO는 "혁신은 OTT와 이통사 둘 다 하는데 망 투자는 이통사들만 하고 OTT는 무임승차 해선 더 좋은 품질의 망을 구축할 수 없다"며 "이통사 투자를 보장해 주는 법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득으로 돌아가고 그런 결정을 EU 정부에서 내린 것이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추세인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양 CSO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전문은행을 의미한다"며 "스타트업처럼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기존 모델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모델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의사 결정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컨소시엄 안에 있는 기업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면 실현이 안 될 우려도 있다"며 "이런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우려이자 조언이다.
양 CSO는 2012년 영국 GSMA 로 자리를 옮기기 전 국내에서 신한은행 마케팅전략본부 본부장과 KT 개인고객전략본부 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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