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미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 인터뷰
OTT와 협력하는 일본 이통사 KDDI 사례 참고해야
차이나모바일, 에티살랏처럼 글로벌 협력에 관심 가져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내 이동통신 업계는 LTE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속도 경쟁에 매달려왔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망을 구축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속도로 무엇을 즐기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양현미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세계 최고의 LTE 망에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서비스가 결합돼야 진정한 통신 강국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12년 6월 GSMA에서 두번째 높은 직급에 올라, 올해 3년째 CSO를 맡고 있다. 영국에 있는 GSMA는 세계 통신시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같은 곳으로 세계 800여개 이통사들의 전략을 지휘한다.
최근 방한한 양 CSO는 지난 1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빠른 LTE 망은 공기와 같은 것"이라며 "이통사들은 이용자들이 그 망을 토대로 만든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고 매일매일 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2위 이통사인 KDDI를 사례로 들었다. KDDI가 파트너십을 맺은 수백개 앱들을 패키지로 묶어 이용자들에게 한달에 몇천원씩 요금을 받고 무제한으로 쓰게 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빠른 통신 속도를 십분 즐길 수 있는 앱 개발의 기술력은 충분히 갖췄다는 게 그의 평가다. 카카오톡과 같은 OTT(Over-The-Top)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통사와 OTT간 반목이다. 그는 "OTT는 이통사를 돈 많은 대기업으로, 이통사는 OTT를 자신들의 구축한 망에 무임승차한 존재로 여기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통사와 OTT가 협력해야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역설했다.
과거 초고속인터넷이 깔린 이후 전자상거래가 생기고 네이버 같은 포털이 등장한 것처럼, '모바일 브로드밴드'인 LTE 전국망이 완성된 이후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이통사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국제적 통신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최근 양CSO가 세계 주요 이통사를 찾아 설파하는 '인터스트리 비전 2020'과도 무관치 않다. '인터스트리 비전 2020'은 네트워크, 서비스 등과 관련된 세계통신사업의 장기적 계획이다. 웨어러블 기기, M2M(사물이동통신)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의 글로벌 규격을 마련하고, 신 서비스들 간 호환성을 높이는 '디지털 아이덴티티'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양 SCO는 "지난주 세계 1위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에 가서 '인터스트리 비전 2020'을 발표를 했을 때 시에궈화(奚國華) 회장이 직접 70명의 최고위급 임원들과 함께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두달전 아랍에미리트의 대표 이통사인 에티살랏에 방문해서는 아흐마드 회장과 고위급 임원들을 만나 토론하고 사업 예산까지 다 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는 "차이나모바일과 에티살랏 수장들은 자신들이 세계의 통신 중심이 될 것이라는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면서 "우리나라가 속도에만 집착하고 혁신을 늦춘다면 금방 따라잡힐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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