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개막 한일전…박병호, 日 오타니 빠른 공 때리기 고심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 박병호(29·넥센)와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일본의 강속구 투수 오타니 쇼헤이(21·닛폰햄)에게 혼쭐났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는 두 선수는 빠른 공을 쳐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김인식 감독(68)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의 ‘2015 WBSC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0-5로 완패했다. 대표팀 타선은 전체적으로 무기력했고 어쩌다 찾아온 득점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박병호(4타수 2안타 1삼진)와 이대호(4타수 1안타 2삼진)는 4, 5번 타자로 나섰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은 오타니의 구속(평균 154.3㎞)에 압도당했다. 오타니는 최고 161㎞에 달하는 속구와 147㎞ 포크볼을 주 무기로 한국 타자들을 요리했다. 오타니는 6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고 삼진은 열 개나 잡았다. 5회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 허경민(25·두산)은 번트를 대야 했지만 강속구에 압도당해 제대로 대보지도 못하고 삼진당했다.
박병호는 한국 선수들 중 유일하게 안타 두 개를 치며 분전했지만 오타니의 강속구에 버거워했다. 5회초에 153㎞ 직구를 쳐 2루타로 연결했지만 빗맞은 타구였다. 박병호 자신도 파울인 줄 알고 있다가 뒤늦게 1루를 향해 뛰어나갔을 정도다. 그나마 힘으로 버텨냈기에 타구를 페어 지역 안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박병호에게 포스팅 최고 금액(1285만달러·약 147억원)을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은 10일이면 밝혀진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계약도 잘해야겠지만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더 문제다. 메이저리그에는 평균 구속 150㎞ 이상의 투수들이 즐비하다. 빠른 공을 쳐내지 못하면 주전은커녕 1군에 머무를 수 있다는 보장조차 없다.
박병호보다 먼저 메이저리그로 간 강정호(28·피츠버그)도 메이저리그 주전투수들의 강속구를 이겨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강정호는 올 시즌 95마일(150㎞) 투수들을 상대로 타율 0.440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1위였다. 힘과 스피드, 정확성을 겸비한 스윙을 했기에 가능한 성적이다. 강정호가 잘 친 덕분에 박병호의 몸값도 올라갔다.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 시즌 오타니에게 약했다. 네 경기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고 삼진을 네 개 당했다. 8일에도 2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2회초에 삼진을 당했고 4회초 1사 1루 득점 기회 때는 병살타를 쳤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마쓰이 유키(20·라쿠텐)에게서 안타를 빼앗아 체면치레를 했다.
일본의 ‘닛칸겐다이’는 8일자 기사에서 야구평론가 도모나리 나치의 말을 인용해 “이대호의 타격폼으로는 강속구에 대응할 수 없다. 일본에서도 강속구를 제대로 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의 평균 구속은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일본에서 50홈런을 친 마쓰이 히데키(41·은퇴)도 두 리그의 구속 차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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