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윤혜원씨의 '감동라테'

시계아이콘01분 4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커피는 안보여도 커피맛은 보여요"

실로암복지관 운영 '카페모아'서 5년째 근무
"장애인 수식어 떼고 맛과 향으로 승부"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윤혜원씨의 '감동라테' 윤혜원
AD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제가 만든 커피를 고객이 맛있어 할 때 칭찬받은 기분이 들어요. 언젠가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바리스타로서만 당당히 인정받고 싶네요."

1급 시각장애를 지니고도 5년째 바리스타로 활동하는 윤혜원(25)씨의 바람이 소박하다. 중증 시각장애인,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장애인의 직업 활동이 제한된 현실에서 어엿하게 경제활동을 하며 고등학교 졸업동기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주고 있는 그를 만났다.


3일 오후 2시 '카페모아(Cafe More)' 가산점을 찾으니 보라색 유니폼 상의와 검정색 앞치마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윤씨가 점심식사 후 카페를 찾은 손님들을 응대하며 바쁘게 주방을 오가고 있었다. 시력이 약한 탓에 행동이 다소 조심스럽고 고객의 목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지만 포스(POSㆍ판매정보시스템)를 능숙하게 다루고 주문서대로 음료를 재빠르게 만들어내는 모습은 여느 평범한 바리스타와 다를 바 없었다. 기본 음료는 물론 고객 연령층에 따라 입체적인 라테 아트도 선보이며 손재주를 뽐냈다.

윤씨는 "카페에서 일한다고 하면 가끔 놀라시는 분들도 있다"며 "시각장애인이라고는 해도 에스프레소 기계를 다루고 라테와 카푸치노 등 다양한 커피 메뉴를 만드는 덴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보라색 표지로 장식된 메뉴판 갈피마다 덧붙여진 투명한 재질의 점자 메뉴가 고객과 윤씨의 소통을 돕는다.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커피류가 2500~4000원, 쿠키와 베이글 등의 디저트는 1000~5500원으로 메뉴 이름과 가격이 큼지막한 글씨로 보기 좋게 새겨져 있다.


윤씨가 일하는 카페모아는 사회복지법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2009년 세계 최초로 시도한 시각장애인 고용 커피전문점이다. 2010년 서울맹학교 졸업 후 1호점인 봉천본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난달 15일 5호점인 가산점이 개점하면서 근무지를 옮겼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빌딩가에 위치한 43㎡(13평) 규모의 새 매장에는 윤씨와 함께 바리스타카페창업훈련 1기 과정을 수료한 김선영, 문선영 바리스타가 합류했다.


그의 일과는 비교적 단순한데 오전 7시에 일어나 8시까지 매장에 출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이 있는 구로구 천왕동까지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이며, 오후 4시 혹은 매장 마감 시간인 8시까지 일하고 일요일엔 쉰다. 퇴근 후나 주말엔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야외에서 보드를 배우며 여가를 즐긴다.


윤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도 고려해봤지만 카페모아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먼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한번 해보라'며 외동딸을 격려한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은 꾸준히 일에 매진하는 그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집에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며 "다행히 부모님도 좋게 봐주시고 5년 차에 접어들어 자신감도 붙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올해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5 전국장애인바리스타대회'에 동료들과 함께 출전, 은상을 차지하는 쾌거도 이뤘다. 시연 시간 15분 안에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해냄으로써 비장애인 바리스타에 뒤지지 않는 역량을 드러냈다. 특히 열과 성을 다해 커피의 맛과 향에 집중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조금은 달라졌다는 게 재단 측의 평가다.


윤씨는 "저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많은 분들이 우리를 보고 꿈을 키웠으면 한다"며 "용기건 패기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부딪혀 봐라"고 조언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커피 공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해서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아닌 '최고의 바리스타'라는 타이틀로 고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