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을 앞둔 다른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그룹 8개 계열사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기업어음(CP) 만기를 연장한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계열사 CP 매입과 관련한 첫 판단이라 앞으로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12월30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신청하고서 이들이 발행한 CP를 대한통운 등 당시 계열사들이 사들이게 해 부도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공정거래법은 그룹이 계열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 유가증권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의 쟁점은 계열사들이 금호산업·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해를 감수하며 CP를 매입한 것인지 여부였다.
금호 계열사들은 금호산업 860억원과 금호타이어 476억원 등 총 1336억원 규모의 CP 만기를 최대 15일까지 연장해줘 이들 계열사가 법정관리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금호산업도 지난해 10월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마친 뒤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금호 계열사들의 CP 만기 연장이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태휘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워크아웃 신청 이후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CP 만기를 연장한 것이고, 새로운 채권을 사들인 것이 아니라 기존 채권 만기를 연장했다는 점에서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워크아웃을 밟지 못하고 회생절차로 들어가게 되면 CP 가치가 크게 폭락해 CP를 들고 있는 계열사들이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부당지원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도 들었다.
공정위는 2009년 6월 산업은행과 금호 계열사 간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체결됐으므로 이때부터 금호 그룹이 실질적인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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