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외부전문가 위원을 넣었으면 좋았을 것"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삼성물산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거버넌스 위원회 명단에 당초 계획과 달리 주주 추천 위원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2일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거버넌스 위원회 위원으로 기존 장달중ㆍ이종욱ㆍ윤창현 사외이사 3명과 함께 정병석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장지상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외부인사 3명이 합류한다고 밝혔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지난 7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상정된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내놓은 주주친화 정책 중 하나다. 당시 삼성물산은 두 회사 간 합병 비율 등을 둘러싸고 주주들 사이 논란이 거세지자 ▲배당 상향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위원회 신설 등 3가지 주주친화 추진정책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당시 "거버넌스 위원회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될 경우 '주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사외 이사 3명 외에 외부 전문가 3명을 추가로 선임하겠다"며 "외부 전문가 3명 중 1명은 '주주 권익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회사의 발전과 미래비전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 주주의 추천'을 통해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병안이 무사히 통과된 이후 약 세 달여 만에 발표된 거버넌스 위원회 명단에 주주 추천 인사는 결국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외부인사 3명은 모두 사내외 이사진의 추천으로 선임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CSR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은 합병에 성공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 전문가와 사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CSR 전담조직을 구성하겠다"고 설명했으나, 현재 CSR위원회는 김봉영 리조트ㆍ건설 부문 사장을 비롯해 기존 전성빈(감사위원 겸임)ㆍ이현수ㆍ권재철 사외이사 등 최고위 사내외 이사진 4명으로 구성됐다. 외부 전문가 대신 사외이사가 포함됐을 뿐이다.
이처럼 삼성물산이 주주친화정책으로 내놓은 두 개의 위원회에 사실상 기존 사내외 이사진이 대거 포진하면서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해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당초 위원회 출범 취지가 색을 바랬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통상 거버넌스 위원회가 이사회 산하 위원회인 만큼 원칙적으로 기존 이사들로 구성되는 것도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삼성물산의 경우에는 '(합병 당시) 소액 주주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만회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번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외부전문가 위원을 넣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요 주주가 누구인지 애매해서 당초 계획했던 대로 주주 추천을 받을 수가 없었던 상황"이라며 "주주들이 거버넌스 위원을 추천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표했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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