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일 오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증세가 집단으로 발병한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관 적막감이 감돌았다. 7층짜리 건물은 출입문마다 자물쇠로 굳게 잠가졌고, ‘임시 폐쇄’ 공고문이 붙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13동 ‘진학정보관’까지 폐쇄됐다. 초겨울 쌀쌀한 바람 탓에 이 건물 주변에는 인적마저 드물었다.
이 학교 공과대 4학년인 이모씨(26)는 “기숙사에 가기 위해 지나가는 길”이라며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다만 폐렴 환자가 집중된 동물생명과학관이 일찌감치 폐쇄됐고, 아직까지 사람간 감염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우려는 한층 줄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자정 기준 49명이 흉부방사선상 폐렴이 확인돼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이들은 모두 8일 이후 건대 동물생명과학관 건물을 방문한 뒤 37.5 이상의 발열과 흉부방사선에서 폐렴 소견으로 현재 7개 의료기관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 대부분이 발열과 근육통, 오한 등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였고, 중증 폐렴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또 이들 의심환자 가운데 6명은 증상이 호전되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이들 환자와 접촉한 학생과 교직원, 수강생 등 1472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부분의 건대 학생들과 교수들도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올해 초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는 병원명 비공개가 불안감을 부추겼지만, 건대의 경우 환자 발생 이틀 만에 신속하게 현장을 폐쇄했고, 해당 건물에 근무하던 학생과 교직원 모두 격리 조치한 덕분이다. 공과대 4학년 강모씨(26)는 “학교에서 초동대응을 잘 했다”면서 “초반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동생대 학생들은 교양수업에도 빠진다고 하는 감염 우려는 없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간호대 4학년 김모씨(24여)는 “다른 학생들도 감염병을 신경쓰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 “건대병원에 실습을 나갈 때만 ‘감염병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라’는 안내를 받는 정도”라고 전했다. 한 체육과 교수는 이날 동물생명과학관 1층 커피숍에 커피를 사러 들렀다 “폐렴 이야기는 듣긴 했는데 건물이 폐쇄된 줄은 몰랐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동물생명과학관 인근의 건대병원은 상황이 달랐다. 병원 정문에는 “본원은 현재 급성폐렴 입원환자가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에 크게 붙었지만, 환자와 문병객들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감염병에 취약한 환자들이 모여있는 탓에 원인불명 집단 폐렴증세에 대해 더욱 경계하는 것이다. 간 질환으로 입원한지 3일째인 50대 여성은 “꺼림직하다”면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돌쟁이 아이와 함께 시아버지를 문병한 주부 이모씨(35)는 “어린 아이가 있기 때문에 걱정은 되지만, 부모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오게됐다”면서 “빨리 원인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괴질환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세균과 바이러스 병원체 16종에 대한 인체 검사 결과 특이한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메르스를 비롯해 발병 초기 유력한 원인균으로 의심된 큐열과 브루셀라를 포함됐다. 4명의 의심환자가 ‘라이노바이러스’가 양성으로 확인됐지만, 이는 현재 국내에서 유행 중인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보건당국은 해당 건물 출입자를 대상으로 환자와 질병이 없는 근무자를 비교 조사해 전파 경로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의심환자 49명 가운데 48명이 4~7층 실험실에서 나왔다. 4~7층 근무자 140명 가운데 34%를 차지한다. 나머지 1명만 3층의 일반 교수연구실에서 근무했다. 3층을 제외한 실험실은 모두 건물의 왼쪽편에 위치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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