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전체 수수료 수익의 6.8% 감소
-내부 비용 절감 나서…밴 수수료 개편하고 무서명 거래 확대 방침
-신사업 진출도 어려워…중소기업적합업종과 겹치는 경우 많아
-결국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로 카드사 고객에게로 피해 부메랑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카드업계는 3년 만에 이뤄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놓고 "이대로라면 카드사 몇 군데는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가맹점 부담액이 6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곧 카드사들에게는 손실액으로 전체 수수료 수익(9조5000억원)에 6.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가맹점 수수료 수입(49.5%)은 카드사 전체 수입 중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율 인하로 수입은 바로 감소하는데 비용 개선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은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카드사는 회사채를 발행해 운용 자금을 조달하는데 저금리 기조에서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유리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엔 금리가 오를 일만 남았는데 그때가 되면 수수료율을 다시 올려줄 지 묘연하다"며 "망하는 카드사가 한 곳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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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내부 비용 절감 나서= 카드업계는 비용 절감과 신사업 확대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카드사들은 인하된 수수료율에 따라 얼마나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지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업계는 올해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내년에 금리가 인상되면 카드사가 안게 되는 부담은 상당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들이 가장 먼저 칼을 댈 부분은 밴 수수료다.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 건당 지급하는 밴 수수료를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로 지급하는 정률제로 변경할 방침이다. 밴 수수료는 카드사가 밴사에 지불하는 것으로 밴사는 카드 조회·승인, 매출 관련 전표 매입을 대행한다.
전표 매입 과정이 생략 돼 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무서명 거래도 확대될 전망이다. 무서명 거래는 별 다른 절차 없이 카드사가 가맹점에 통지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무서명 거래는 카드 결제시 서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가 밴사로부터 따로 전표 매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카드사가 모든 위험을 부담한다. 현행 감독규정에는 5만원 이하까지만 무서명 거래를 실시하고 있지만 카드업계는 금액을 늘려 10만원까지 확대해달라고 건의 할 계획이다.
카드업계는 한편으로 이번 수수료 인하가 대형 가맹점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수수료율 인하로 영세·중소 가맹점을 위한 우대 혜택을 마련한 것이지만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준 셈이기도 하다. 대형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에서 카드사와 자율적으로 협약을 맺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시장 논리를 적용하면 카드 결제금액이 크고 건수가 많은 대형 가맹점이 당연히 영세·중소 가맹점보다 수수료를 적게 받아야 한다"며 "이번 수수료율 인하 정책을 토대로 대형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하면 카드사로서는 대응할 수 있는 논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신사업 확대, 현실적으로 어려워=기존 카드사들이 해온 사업이 아닌 새로운 업종을 발굴하는 일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까지 금융감독원에 부수 업무를 하겠다고 신고한 카드사는 한 곳도 없다. 카드사들은 부수 업무가 '포지티브' 방식에서 불허하는 것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 직후 신사업 검토를 적극 개진했지만 대부분 다른 업권이 이미 하고 있거나 중소기업적합업종과 겹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피해는 결국 카드 고객에게로 돌아간다. 카드사는 전체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되는 마케팅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체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을 현행 5년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 이어 후년 대선에 수수료율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시장 논리를 무시한 채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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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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